[스포츠] "이제 내 목표는 생존"…건강한 이태양이 한화에 다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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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는 안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이태양(35)은 지난해 7월 오른쪽 팔꿈치 골극 제거 수술을 받았다. 데뷔 후 벌써 세 번째 팔꿈치 수술. 그 뒤엔 늘 더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길고 지루한 재활의 시간이다. 이태양은 이번에도 잘 이겨냈다.
호주 멜버른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그는 "수술한 선수에게 재활 기간은 '내면이 단단해지는 시기'인 것 같다"며 "아침에 일어나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당연히 하기 싫고 힘든데, 그 잠깐의 싸움을 하루하루 이겨내니 결국 이렇게 끝이 왔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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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한화 이태양. 사진 한화 이글스
이번 재활은 외롭지 않았다. 이태양은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따뜻한 곳에서 회복 훈련을 했다. 비활동기간에도 구단의 지원 덕에 태국 파타야로 재활 캠프를 다녀왔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한 달가량 김재민 트레이닝 코치의 도움 속에 김민우, 정이황과 함께 땀을 흘렸다.
김민우는 지난해 4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고, 정이황은 8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거쳤다. 지난 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투수 문동주, 윤대경, 김종수도 자비로 파타야에 동행해 몸 상태 회복에 힘썼다. 손혁 한화 단장은 "재활은 무조건 따뜻한 곳에서 해야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며 "수술 받은 투수 셋 다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다. 여러 후보지 중 가장 기온이 높은 태국으로 캠프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태양은 구단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이런 배려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은 돈이 아닌데도 구단이 (재활 캠프를) 지원해주는 건, 결국 올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며 "책임감이 생겼다. 함께 간 민우, 이황이와도 '우리가 몸을 잘 만들어서 정규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다음에 다른 선수들도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오버페이스 하지 말고 잘해보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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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한화 이태양(왼쪽)과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이태양은 그동안 한화 마운드에서 전천후 역할을 해왔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팀이 필요로 할 때 투입돼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해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그런 이태양을 흐뭇해 한다. 김 감독은 "이태양이 투수조에서 류현진 다음으로 고참인데, 수술 후 재활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 준비가 잘 됐으니 캠프도 함께 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올 시즌 불펜은 물론이고 선발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새 시즌 준비는 순조롭다. 다른 투수들과 똑같은 페이스로 실전 등판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 그래도 이태양은 "보직 욕심은 없다. 선수 생활 내내 여러 역할을 다 맡아봤고, 어느 자리든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를 써주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며 편안하게 웃었다.
그는 "매년 스프링캠프에 설레는 마음으로 참가한다. 어릴 땐 나도 캠프에 가지 못해 아쉬워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캠프를 치른다고 무조건 1군에 들어가고 연봉이 오르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며 "이제 나의 유일한 목표는 '생존'이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친구들과의 경쟁을 이겨내려면 이렇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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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한화 이태양. 사진 한화 이글스
다만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한 목표는 하나 더 있다. 올해 새로 지어진 홈 구장(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한화가 가을 야구를 하는 거다. 이태양은 SSG 랜더스에서 뛰던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받았다. 그는 "그 반지는 류현진 형에게도 없는 내 자랑거리다. 이제는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받고 싶다"며 "새 야구장에서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리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아직 한 번도 가을야구를 못 해본 후배들과 올해는 꼭 좋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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