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이화문 샹들리에로 밝혀본다, 대한제국 둘러싼 '빛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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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서울 덕수궁에서 대한제국 황실을 밝혔던 조명을 통해 당시 대한제국을 둘러싼 정세 변화까지 살펴봅니다.

‘모던라이트(Modern lights), 대한제국 황실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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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문장식등(샹들리에)과 영상을 결합한 외벽 영상(미디어파사드) ‘모던 에이지 월(Modern Age Wall)’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서울 중구, 경복궁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덕수궁은 대한제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소다.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한 고종은 덕수궁을 황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외국공사관이 밀집해 외교에 유리한 입지였기에 고종은 덕수궁 안에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돈덕전 등을 지어 독립국으로서의 자주성을 강조했다. 황궁으로 지어 덕수궁 대표 사진에 빠지지 않는 석조전을 지나 뒤쪽으로 들어가면 르네상스·고딕 양식을 절충한 2층 구조의 건물이 보인다.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리고 대한제국의 상징 문양인 이화문(오얏꽃 문양)을 넣은 푸른 문과 창틀·베란다로 화려하게 장식한 유럽풍(프랑스) 건물 돈덕전이다.

‘돈덕’은 덕(德) 있는 이를 도탑게(惇)해 어진 이를 믿는다는 의미로, 자주독립국가인 대한제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와 동등하게 소통하고자 했던 고종의 의지가 담겼다. 대한제국 ‘외교의 장’이었던 돈덕전은 내부 역시 황제국의 위상에 걸맞게 화려했다고 전해진다. 한국과 일본의 병합 과정과 전후 상황을 자세히 기록한 책 『조선병합사』에는 돈덕전 내부에 대해 ‘100평 넓이의 홀에 큰 원기둥 6개가 서있으며, 대원주마다 금색 용 조각이 새겨졌다’고 나오며, ‘서벽과 창은 홍색 및 황색금수로 치장해두었으며 옥좌·탁자·교자 등은 금색 찬란했다’고도 적혀있다. 외국인 기록을 살펴봐도 황제의 거처이자 접견실이기도 한 이 궁의 실내 장식은 매우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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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라이트(Modern lights), 대한제국 황실 조명’ 특별전이 열리는 덕수궁 돈덕전은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행사(칭경예식)를 위해 지은 서양식 건물로 각국 외교사절의 폐헌 및 만찬 연회장, 국빈급 외국인을 접대하는 곳으로 사용했다.

1부 ‘대한제국, 빛의 세계로 들어서다’에서는 대한제국의 황궁인 덕수궁에 전등 설비가 마련되기까지의 과정을 전시해 당시 사람들의 전기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유물은 ‘에디슨 전구’와 ‘덕수궁평면도(德壽宮平面圖)’로 이를 통해 전기가 어떻게 도입됐는지 알 수 있다. 개항 이후 미국에 파견된 보빙사(미국에 우호·친선 및 교섭을 명목으로 파견된 사절단)의 건의로 ‘에디슨 전기회사(Edison Electric Light)’가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 첫 전등을 밝혔다. 이어 18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회사를 설립해 덕수궁에 첫 전등을 밝히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연대기적으로 구성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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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상징 문양인 이화문을 넣어 제조한 ‘이화문 장식등(샹들리에)’. 이 장식등은 로코코 양식 디자인으로 가지와 줄기가 덩굴처럼 감싼 것이 특징이다.

‘근대의 빛이 피어나다’라는 콘셉트로 마련된 2부 전시는 돈덕전뿐 아니라 왕의 어진을 봉안하거나 그리는 장소였던 정관헌, 황실의 도서관이었던 중명전 등 대한제국 선포 후 덕수궁에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에 설치된 조명기구를 다룬다. 곽희원 학예사는 관람객에게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유물로 ‘이화문장식등(샹들리에)’을 꼽으며 “1900~1910년경 덕수궁 돈덕전을 장식하기 위해 특별히 미국 에디슨 전등회사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주문 제작한 것으로, 이 샹들리에를 통해 근대국가의 면모를 갖추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의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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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덕흥전에 설치된 장식등(샹들리에) 모습. 샹들리에 몸체 중앙과 유리등갓에는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 문양인 이화문이 새겨져 있다.

3부 ‘황실을 밝히다’에서는 석조전의 실내 장식과 공간별 특성에 맞춰 다채롭게 사용된 수입 조명기구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이오니아식 장식 기둥과 고전적 문양으로 꾸며진 접견 공간에는 ‘화로형 스탠드’ 한 쌍, 탁자나 침대 옆 협탁에 두었던 ‘석유등’이 당시 석조전 내부 장식을 조달했던 영국 메이플 회사(Maple & Co.)의 가구와 함께 배치돼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대한제국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근대적 외교 관례를 갖춘 접견이나 서양식 궁정 연회 시 활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영국산 ‘화형 초받침’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아꼈다고 전해지며, 요정의 불빛처럼 빛난다는 의미로 ‘페어리 램프’로 불렸다고 한다.
‘이화문, 궁궐에서 빛나다’라는 콘셉트로 꾸며진 마지막 4부 전시는 덕수궁에서 시작돼 황실이 창덕궁으로 옮겨간 이후에도 궁궐 곳곳을 밝힌 이화문 장식 조명기구를 선보인다. 1907년 순종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긴 후, 발전 시설이 갖춰지며 많은 전등이 필요해지자 덕수궁의 조명기구 중 일부가 창덕궁으로 옮겨져 활용됐고, 일본산 조명기구가 다수 유입됐다. 구형 유리등갓 같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부터 원통형·물방울형·종형·화형(꽃모양) 유리등갓, 금속 장식구와 등갓 모두에 장식을 더해 화려한 트로자리에까지 근대에 유행했던 다양한 조명이 이화문을 달고 궁궐 안팎에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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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문장식등(샹들리에)과 영상을 결합한 외벽 영상(미디어파사드) ‘모던 에이지 월(Modern Age Wall)’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대한제국 선포 후 확장·정비 사업을 통해 황제국의 위상에 걸맞은 황궁의 모습을 갖추어 가던 덕수궁은 1904년 4월 14일 밤 고종의 침전인 함녕전에서 시작된 큰 화재로 중심부에 있던 전각 대부분이 불타버렸다. 덕수궁 대화재 이후 재건되어 새롭게 설치된 함녕전과 덕홍전의 장식등(샹들리에)과 유리등갓, 대한문과 덕홍전의 구형 유리등갓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일본에 의해 강제 합병된 후 일본식으로 재편된 궁궐 전각에는 일본식 벚꽃 문양을 달거나 일제 황실에서 쓰던 것과 비슷한 조명기구들이 들어왔다. 다만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조명기구마다 황제의 상징을 장식해 근대국가로서 위상을 드높이고자 했던 노력은 덕수궁의 근대 조명기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를 되새기며 돈덕전 로비로 나오면 체험공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다양한 조명기구를 위치와 용도별로 조합해 덕수궁 내부 공간을 직접 꾸밀 수 있는 체험으로 곽 학예사는 “직접 꾸민 내부 공간 이미지를 본인 휴대전화로 전송할 수 있으니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거예요”라며 전시 관람 후 경험해볼 것을 권했다.

‘모던라이트(Modern lights), 대한제국 황실 조명’

기간: 3월 3일까지
장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내 돈덕전
관람시간: 오전 9:00~오후 5시 30분(입장 마감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입장료: 무료(어른 만 25~64세 궁궐 입장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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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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