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 법원 “AI 학습에 콘텐트 무단 이용, 저작권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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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개발 관행 급제동

동의 없이 저작물을 인공지능(AI) 개발에 활용하면 저작권법 침해에 해당한다는 미국 법원 판결이 나왔다. 향후 상급심 판단에 따라 AI 기업들이 데이터를 확보하는 관행에 근본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은 톰슨 로이터가 AI 기반 법률 검색엔진 스타트업인 로스 인텔리전스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톰슨 로이터는 로스 인텔리전스가 자신들의 법률 서비스인 웨스트로우(Westlaw) 데이터를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로스 인텔리전스는 “헤드노트(웨스트로우의 주요 기능으로 법원 판결문에서 핵심적 원칙과 쟁점을 요약한 문장)를 AI 훈련용 데이터로 썼으므로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공정 이용은 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언론보도, 교육 목적 등으로 콘텐트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원칙이다. 법원은 “로스 인텔리전스가 만든 AI 기반 법률 검색엔진이 웨스트로우와 직접 경쟁하는 서비스이고, 대량의 웨스트로우 데이터를 변형 없이 학습한 로스 인텔리전스 서비스가 시장에서 직접적인 대체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공정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AI 성능 향상을 위한 데이터 학습과 저작권법 공정 이용 원칙 사이 관계를 다룬 최초의 주요 판례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AI 모델은 주로 책·기사·웹사이트 등 저작권이 있는 콘텐트를 학습에 사용해 왔다. 저작권자들이 반발하자, AI 개발사들은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며 반박해왔다.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는 “이번 판결이 다른 판결에도 인용된다면 AI 기업에 매우 불리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로스 인텔리전스 측이 항소해 연방 항소법원에서 이 사안이 한 번 더 다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다룬 로스 인텔리전스 기술은 비(非) 생성 AI지만, 향후 생성 AI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에, 미국의 주요 일간지 8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관련 소송을 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지상파 3사가 “네이버가 생성 AI 하이퍼클로바X에 학습에 기사를 무단으로 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2000년대 이후 국내 저작권법 해석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 왔기 때문에, 국내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AI 개발에 있어) 저작물에 대한 새로운 보상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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