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 물가에 Fed 인사 “정신 번쩍”…ECB도 인하 속도조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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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CPI 예상 웃돈 3%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오는 9월에서 10월로 한 달 더 늦춰졌다.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지난달 예상 밖으로 상승하면서다. 트럼프발(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도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돈을 풀던 유럽도 최근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이 등장했다. 각국의 통화정책 기류 변화에 ‘2월 인하’에 무게를 둬 온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졌다.
연초부터 들썩이는 물가에 미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는 잇따라 우려를 나타냈다. ‘비둘기(통화정책 선호)’로 평가받는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sobering) 지표”라며 “만약 이 같은 수준의 결과가 몇 달간 이어진다면 Fed의 임무가 아직 완수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Fed의 물가 목표치는 연 2%다. 래피얼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추가 금리 인하는) 당초 예상보다 더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제롬 파월 Fed 의장도 “물가 목표에 근접했지만, 아직 도달하진 못했다”며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일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데 대해선 “Fed가 경제 상황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해도 된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발표된 지난달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했다.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변동성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3.3%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둘 다 시장 예상치(2.9%, 3.1%)를 상회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물가 서프라이즈에 3월에 금리를 동결할 전망은 12일(현지시간) 기준 97.5%에 이른다. 금리 인하 재개 시점은 CPI 발표 직전 오는 9월에서 10월로 미뤄졌다. 도이치뱅크는 “연내 금리동결 전망을 유지하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다”며 “노동시장 하방리스크 해소,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3% 이상 가속이 피벗(정책전환)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4.63%)는 전날 대비 0.09%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0.12%포인트) 이후 일간 기준 최대 상승률이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에 주요국 중앙은행도 금리인하 속도를 점검하는 모양새다. ECB 통화정책위원인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빅컷(정책금리 0.5%포인트 인하)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다.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기 침체 우려에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해왔다. 지난해 6월 이후 5차례 금리를 인하해 통화정책 기준인 예금금리가 연 4.00%에서 2.75%까지 내려갔다.
오는 25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2월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통화정책을 사전에 예고할 수는 없는 만큼 100% 인하는 아니라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가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시장은 0.25%포인트 인하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더 뒤로 밀릴 수 있는 만큼 한은도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2~3회에서 1~2회로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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