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경쟁사 때려준다…신난 미국차·반도체

본문

트럼프에 올라탄 그들

글로벌 경쟁에 밀려 주춤했던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관세’에 올라타 다시 뛰고 있다. 미국에서 약진해온 한국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라고 부추기는가 하면, 휘청이던 ‘반도체 공룡’ 인텔도 기사회생하는 분위기다. ‘관세가 싫으면 미국에서 만들라’는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울프리서치 주최 자동차 산업 콘퍼런스에서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150만~200만 대의 차를 미국으로 들여오는 한국·일본·유럽 자동차 기업에 무제한적인 자유를 줄 것”이라고 했다.

17394599063522.jpg

정근영 디자이너

포드는 한국 차에 관세 부과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지난 7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도 팔리 CEO는 “토요타와 현대차·기아는 관세 없이 연간 수십만 대의 차를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기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난해 미국 판매 차량의 58.3%(99만5477대)를 한국에서 수출했다. 포드는 멕시코의 완성차 공장 2곳에서 연간 36만 대(지난해 기준)를 미국으로 들여와 팔기 때문에, 멕시코 관세가 부과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으로 관세의 화살을 돌린 것”이라고 해석한다.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1조 달러(1450조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관세 면제’를 받아내려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대응이 전무한 상태라서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국내 일각에선 포드가 트럼프 관세 전반을 때린 걸로 오해하는데, 그들이 뭣 하러 한국 기업 편을 들겠냐”라며 “한국산에 관세를 매기는 게 그들에겐 기회”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포드는 판매량 3위(206만5161대), 현대차·기아는 4위(170만8293대)였다. 현대차·기아는 2020년 120만8374대(5위)에서 4년 만에 41.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포드 판매량은 6.9%만 증가했고 순위도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포드와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세단을 놓고 경합 중”이라며 “미국 완성차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에 멕시코·캐나다 관세에 품목별 예외를 인정해달라거나, 한국산에 고율 관세를 매겨달라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업체들은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트럼프의 요구에도 맞추고 있다. GM의 메리 바라 CEO는 지난 11일 “멕시코· 관세가 부과될 경우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 추가 비용을 30~50%를 줄일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관세가 장기화하면 완성차·부품 생산을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원한 국내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매각하기 위해 대상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 전기차와 경쟁이 심해지자 우주산업과 미국에 집중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으로 CEO까지 물러난 인텔도 재기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12일(현지시간) 인텔은 7.20% 오른 22.48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에만 총 17.7% 이상 급등했다.

인텔 주가에 힘을 실은 건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에 이은 부통령의 발언이었다.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 인공지능(AI) 정상회의에서 J.D.밴스 미국 부통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시스템을 미국에 구축할 것”이라며 “미국이 설계하고 제조한 반도체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 반도체 주요 제조국을 향해 “반도체산업을 다 빼앗아 갔다”라고 해왔다. 인텔이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제조시설을 갖춘 유일한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인텔의 미래를 다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더 늘리면 비용 부담이 크기에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42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