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애인 줄 초콜릿 사려다 멈칫…가격 5배 뛴 코코아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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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의 한 편의점 앞에 다가오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 등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지원(35)씨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 선물을 마련하러 편의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회사 동료들에게 줄 초콜릿 상품 6개를 골라 계산대에 가니 3만3000원 넘는 가격이 나왔다. 김씨는 “작년에도 같은 구성의 초콜릿을 사면서 비싸다고 생각했데, 1년 만에 10~20% 이상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초콜릿으로 마음을 전하는 밸런타인데이가 ‘기후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았다.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생산지가 기상 이변에 의한 작황 부진을 겪으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 코코아는 적도 부근 열대우림에서 재배되는 카카오나무의 열매를 빻아 만든다. 특히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ㆍ가나ㆍ나이지리아ㆍ카메룬에서 전 세계 코코아의 2/3가 생산된다.

홍수 가뭄에, 5배 오른 코코아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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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그런데 최근 2년 간 이들 국가는 이상 고온으로 인한 가뭄, 폭우로 인한 홍수,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다. 카카오나무는 30~32도의 일정한 최고기온, 연간 1500~2000㎜ 수준의 강우량이 유지될 때 잘 자란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코트디부아르에는 평년 강수량보다 40% 이상 비가 쏟아져 홍수와 산사태가 났다. 또한 싹부종병마저 퍼져 코코아 생산량이 감소했다. 또 지난 12월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코코아 나무의 개화량이 줄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2023~2024년 전 세계 코코아 공급량은 2022~2023년보다 13%가량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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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카메룬 모나텔레 지역의 한 코코아 농장에서 농부들이 카카오나무 열매(코코아 꼬투리)를 수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격도 치솟았다. 수십년 간 1톤(t)에 2000달러(약 290만원)대에 머물던 코코아 가격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상승해 역대 최초로 1만달러(약 1449만원)를 돌파했다. 지난 연말에는 1만2565달러(약 1819만원ㆍ3월물 기준)까지 치솟았다.

현재 초콜릿 가격은 이런 상황이 반영돼 1년 만에 소비자 가격이 10~12%가량 오른 상황이다. 아울러 롯데웰푸드는 오는 17일부터 초콜릿 제품 가격을 9.5%가량 추가 인상키로 했다. 대표적인 초코릿 상품인 초코 빼빼로(54g)가 2000원이 될 예정이다.

기후변화로 가뭄ㆍ홍수 발생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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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코코아 가격 상승이 ‘뉴노멀’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코코아 선물 가격은 4.29% 오른 1만13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서아프리카에 지난 2주간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카카오나무의 개화에 지장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작황도 나쁘면 내년엔 초콜릿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이준이 부산대 교수는 “서아프리카는 이전까지 기온과 강우량 변동성이 적은 곳이었던 만큼, 약간의 기온 상승만으로도 가뭄과 홍수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6차 보고서에서도 향후 가뭄과 홍수 발생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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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코트디부아르 최대 도시 아비장에 폭우가 내려 시내 주요 교차로가 침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구 평균 기온이 2.1도 오르면 카카오나무가 멸종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일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 연구팀은 이같은 기후 변화로 2060년까지 코트디부아르·가나·나이지리아·카메룬 재배지의 50%가 소실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 지역의 침수가 잦아지고 있어 마른 땅이 습지화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라며 “습지에선 병해충이 서식하기 좋을 뿐 아니라, (기후 변화를 가속하는) 메탄도 방출돼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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