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독사 감독도 활짝 웃었다…“이번 우승 특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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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를 제패한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 ‘독사’로 통하는 위 감독은 시즌 전 약체로 평가받은 우리은행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작은 사진은 에이스 김단비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든 위 감독. 김경록 기자
“우승한 지 사흘이 지나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2024~25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를 제패한 위성우(54) 아산 우리은행 감독이 우승 소감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혹독한 훈련과 거침없는 호통이 전매특허인 위 감독의 별명은 ‘독사’다. 어지간해선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이를 드러내며 환한 미소를 지은 건 “전력은 하위권, 잘해야 중위권”이라는 평가를 딛고 우리은행을 정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청주 KB를 46-44로 물리친 우리은행은 시즌 전적 21승8패로 2위 부산 BNK(18승10패)와 격차를 2.5경기로 벌려 남은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2022~23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우리은행의 통산 우승 기록은 15회로 늘었다. 2012~13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위 감독에겐 10번째 우승이다.
18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체육관에서 만난 위 감독은 “앞선 여러 번의 우승 과정에선 ‘어떻게 정상을 지킬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면서 “이번엔 ‘언더독(약자)’이라는 평가 속에 ‘무’에서 ‘유’를 이뤄낸 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뒤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한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었다. 주전 4명이 한꺼번에 이적해 베스트5 중 김단비(35)만 남은 것. 위 감독은 “이전엔 성적만 잘 내면 좋은 감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여러 제자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며 극심한 회의를 느꼈다”면서 “우승팀이 멤버를 대폭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 보니 구단과 은행 관계자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선수들을 힘들게 해 떠났나’ 싶어 자책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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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창단 수준의 팀 리빌딩 숙제를 떠안은 위 감독은 우리은행에서 13시즌째 호흡을 맞추는 전주원(53) 코치와 머리를 맞댔다. 위 감독은 “전 코치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감독님과 제가 처음 부임했을 때 우리은행은 4시즌 연속 꼴찌였다. 그때보단 상황이 낫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위 감독은 “결국 중요한 건 기본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열심히 해야 운이 찾아왔을 때 붙잡을 수 있다. 걱정하기보단 초심으로 돌아가 그저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즉시전력감을 여럿 내준 우리은행은 다른 팀에서 기회를 잃은 선수들 위주로 빈 자리를 채웠다. 위 감독은 예전과 같은 지옥 훈련 대신 선수들과 마음을 주고 받으며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에 주력했다.
그는 “우리 팀에 온 선수들은 전 소속팀에서 아픔을 겪은 친구들이다. 새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시즌 초반엔 큰 부담을 주지 않았다”면서 “대신 시즌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우승 경쟁에 접어든 시점부터 고삐를 바짝 조였다. 특히 우승을 확정한 KB전을 앞두고 ‘이 경기를 못 잡으면 우승은 없다’고 독려하며 선수들의 투혼을 일깨웠다”고 전했다. 이어 “다행히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 다른 건 몰라도 난 ‘밀당 기술’은 타고난 것 같다”며 웃었다.
위 감독은 가장 고마운 선수로 김단비를 꼽았다. 그는 “2년 전 신한은행에서 뛰던 김단비를 데려오면서 ‘우승’과 ‘멋진 마무리(은퇴)’를 약속했다. 우승은 실현했지만, 베테랑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단비가 새로 합류한 선수들을 리드하며 ‘우승 DNA’를 심은 덕분에 지금 웃을 수 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규리그를 제패한 우리은행은 포스트시즌에 통산 11번째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위 감독은 단호한 어조로 “목표는 오직 우승”이라고 짧고 굵은 각오를 전했다.
‘명장’ 위성우 감독은
소속 : 아산 우리은행(2012년~)
감독 주요 성과
WKBL 정규리그 우승 10회, WKBL 챔피언전 우승 8회, WKBL 통합 우승 7회(6연패 포함),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금메달
별명 : 독사, 호랑이, 우승 청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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