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40년간 이런 적 없었다…벌써 65번 행정명령 물량공세 [트럼프 한달]
-
3회 연결
본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한 달은 '행정명령'으로 점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0년간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 100일간 내놓은 행정명령 건수를 크게 웃도는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다. 18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현재까지 트럼프는 65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10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알루미늄 수입 관세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전임자인 조 바이든(42개) 행정부보다 많고 트럼프 1기의 첫 100일(33개) 기록도 깬 수치다. 2017년 트럼프 1기 첫 한 달동안엔 12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이와 견주면 5배 이상이다. 미 NBC방송은 “트럼프 집권 2기는 최근 40여년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준 가장 많은 행정명령이 내려진 시기”라고 전했다. 각서(15건)와 포고(12건)를 합친 대통령 행정 조치(Presidential Action)는 총 92건이다. 분야별로는 ▶관세 등 외교·통상(14건) ▶연방정부 개편(10건)▶이민·안보(7건) 등 순으로 많았다.

김주원 기자
관세전쟁에 떠는 세계 각국
트럼프발 '공포의 행정명령'으로 세계 각국에 불똥이 튀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칭송한 관세가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지난 1일 캐나다·멕시코에는 25% 관세를,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이 원료를 공급하고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만든 펜타닐이 국경을 통해 유입돼 미국이 마약 위기에 빠졌다는 게 트럼프의 시각이다. 다만 시행(4일) 하루 전인 3일 강력한 국경 단속 약속을 한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13일 워싱턴 DC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상호 관세를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반면 "펜타닐 원료 공급 사실이 없다"는 중국에는 관세를 강행했다. 이에 중국도 10일부터 미국에 맞대응하면서 미·중 관세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중국의 보복이 시작된 날, 트럼프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내달 12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13일엔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면서 모든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문제는 상호관세가 자의적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노무라 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상호관세의 부과 기준이 넓고 절차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한국도 "(상호관세가 부과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오는 4월 2일에는 자동차에 관세 25%를 매길 수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에서 1~2위를 차지한 품목이라 향후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이 예상된다.
연방정부 관련 행정명령에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 등이 포함됐다. 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신병 모집 중단과 트랜스젠더들의 교내 여성 스포츠 행사 참가 금지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트럼프표 행정명령으로 파리기후변화협정,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기구와 인권이사회 등에서 탈퇴했다.
WSJ "홍수전략"…긍정평가 53%
행정명령은 대통령이 직접 내리기 때문에 의회의 판단 없이 빠르게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폭풍우처럼 몰아친 행정명령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수 전략'이라고 평했다. WSJ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 전, 다른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아 관심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라고 짚었다. 취임 첫날 그는 남부 국경 단속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동시에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 폭동 가담자 사면조치도 발표했다.
'홍수 전략'은 일단 긍정 평가를 받았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5∼7일 시행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5%포인트, 2175명)에서 트럼프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53%, 부정 평가가 47%였다. 이는 2017년 트럼프 1기 임기 초반(40%) 지지율보다 높다. 또한 응답자의 70%는 트럼프가 대선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스카 데이토나 500 자동차 경주에 참석한 뒤 2025년 2월 1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국제공항에 착륙한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행정명령만으론 한계가 있다. 법에 저촉되는 행정명령은 위헌 여부를 법원이 판단해 막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 여러 주(州) 법원이 출생시민권 제도 폐지에 대한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거는 등 역풍도 세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15일 트루스소셜에 "조국을 구하는 사람은 그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