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재개된 발전굴기, 주변국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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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샤(三峡)댐은 삼국지 이릉대전으로 유명한 중국 후베이성이창(宜昌)시에 위치한 댐이다. 창장(長江) 중류를 가로막아 수력발전과 유량 조절을 목적으로 건설됐다. 1994년부터 건설하기 시작해 12년이 걸려 2006년에 완공했다. 20세기 초 쑨원(孫文)이 구상했을 정도로 중국의 숙원사업이었으나 대형 토목공사를 실행할 기술력 부족으로 엄두를 못 내다가 중국의 국력이 급신장하자 전기공학을 전공한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주룽지(朱鎔基) 총리 주도로 건설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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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샤댐. 바이두

세계 최대 규모의 댐으로 꼽힐 정도로 어마어마한 공사였으므로 중국 토건 업계에서는 만리장성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고 평가한다. 1980년대 한국의 한강종합개발사업이나 63빌딩처럼 토목 기술을 과시할 때 언급된다.

발전 설비용량은 시간당 2만2500㎽인데 일반적인 원자로 출력의 약 23배에 달하고 세계 최대급 원자력 발전 단지인 고리 원전조차도 싼샤 댐 최대 발전량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량인 연간 988억㎾는 서울시가 22년을 사용하는 전력량이라고 한다. 저수량이 워낙 많다 보니 그 무게로 인해 지구 자전에 영향을 준다느니, 2008년 쓰촨대지진의 원인이 됐다느니 하는 얘기가 있었다.

최근 중국의 발전(發電) 굴기(崛起)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티베트(시짱·西藏)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용 댐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지난해 말 로이터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티베트에서 가장 긴 강인 얄룽창포강(중국명 야루창부강·雅鲁藏布江, 인도명 브라마푸트라강) 하류에 수력발전용 댐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댐이 건설되면 연간 3천억㎾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 댐인 싼샤 댐 용량의 3배가 넘는다.

수력발전은 강이나 하천의 낙차 에너지를 이용한다. 얄룽창포강은 티베트에서 가장 긴 강으로 50㎞ 이내에 2000m 이상의 급격한 낙차 구간이 있는 데다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한 곳이어서 막대한 수력발전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댐 건설에는 1조 위안(약 202조3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이는 지구 상의 어떤 단일 프로젝트보다 큰 규모의 비용이라고 SCMP는 평가했다. 현재까지 댐의 구체적인 건설 계획 기간이나 소요 비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티베트 지역은 천혜의 자연 보고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댐 건설 추진으로 인한 각종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환경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외교부는 티베트 수력발전 사업은 청정에너지 개발에 속도를 내고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얄룽창포강이 티베트의 칭짱(青藏) 고원지대를 가로질러 인도, 방글라데시를 흐르는 강인 만큼 수원을 공유하고 있는 인접 국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경 지역에 대량의 물이 방류될 경우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생태계도 파괴될 수 있다고 지적된다. 생태계뿐만 아니라 강의 흐름까지도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인도에서는 강이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지역인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관통하기 때문에 수자원의 통제권을 중국이 움켜쥘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인도 외무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그간 브라마푸트라 강 상류지역 활동(댐 건설)으로 하류지역 국가들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장하라는 촉구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인도는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우리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발전 굴기는 지상의 수자원에 그치지 않고 있다.

SCMP는 중국이 우주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지난달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원로 항공우주 과학자인 룽러하오(龍樂豪) 중국공정원(CAE) 원사(院士·과학계통의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 호칭)가 중국과학원(CAS) 주최 강연에서 "지구 상공의 또다른 싼샤댐을 짓는 프로젝트"라며 청사진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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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태양광. 바이두

CAS가 공개한 강연 내용에 따르면 룽 원사는 "지구 상공 3만6000㎞ 정지궤도를 따라 1㎞ 너비의 태양전지판들을 설치한다고 상상해 보라"며 "(이를 통해) 1년 동안 수집된 에너지는 지구에서 시추해낼 수 있는 석유의 총량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싼샤댐을 지구 상공 3만6000㎞ 정지궤도로 옮기는 것만큼 중요한 프로젝트로 정말 기대할 만하다"라고 강조했다.

룽 원사는 자기 팀이 개발한 재사용 가능 대형 운반 로켓인 창정(長征) 9호(CZ-9)가 이 대규모 프로젝트에 필요한 장비를 우주로 운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로켓은 지름이 10.6m에 길이는 약 110m로 이륙중량이 4000t이며 최대 150t을 저궤도까지 운반할 수 있다.

중국은 로켓 외에 우주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위한 다른 기술도 개발 중이다. 충칭시 비산(璧山)구에선 2021년부터 첫 번째 실험용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관련 기술 시연과 검증을 하고 있다.

그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은 그 에너지원으로 석탄, 석유 등 막대한 탄소 연료를 소모해 왔다. 그 귀결로 중국의 대기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 됐고 한국 같은 인접국뿐만 아니라 탄소 에너지 감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서구 선진국들의 지탄을 받아 왔다. 이런 이유가 중국이 막대한 투자를 하는 배경일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프로젝트들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들에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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