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가 최초 통제영"…통영 vs 여수, 느닷없는 역사논쟁 왜 [이슈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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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과 전남 여수 간 신경전이 날로 격해지고 있다. 조선 시대 삼도수군통제영(통제영) 최초 본영이 어딘지를 두고 역사 논쟁이 벌어지면서다. 조선 수군의 최고 통치 기관인 통제영은 충청·전라·경상도의 삼도수군을 통할하는 통제사가 있는 본진을 말한다. 이순신 장군이 초대 삼도수군통제사를 맡았다.

통영 한산도 진영이 최초의 통제영이란 게 그간 정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여수 지역 정치권과 일부 민간단체가 ‘최초 통제영은 여수’라며 여론전을 펼치고, 이에 통영 지역 정치권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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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정량동 이순신공원 앞 해상을 바라보고 있는 이순신장군 동상 뒷모습. 연합뉴스

‘최초 타이틀’ 역사 논쟁 불붙인 여수

‘최초 통제영’ 역사 논쟁은 전남 지역 정치권이 먼저 불을 붙였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전남도의회·여수시의회가 ‘빼앗긴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여수 역사바로잡기 촉구 결의안’을 연거푸 채택하면서다. 또한 사단법인 여수종고회, 사단법인 여수여해재단, 사단법인 여수진남거북선축제보존회 등 지역 애향단체는 학술대회를 열고 범시민서명운동, 표지석 건립, 관계 기관 청원 등 여론전을 펴고 있다.

이들은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사였던 이순신 장군이 초대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점 등을 근거로 최초 통제영은 전라좌수영 본영인 여수라고 주장한다. 1593년 8월 선조는 전라좌수사였던 이순신 장군을 전라좌수사 겸 초대 삼도수군통제사로 제수(임금이 직접 벼슬을 내림)했기 때문이다. 초대부터 4대까지 전라좌수사가 삼도수군통제사를 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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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군자동에 있는 진남관 전경. 사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그러면서 “한산도는 최소한의 필수적인 기능을 지닌 임시 전초 전진기지로 병참, 군수물을 거의 모두 본도인 전라도에서 충당했다”고도 주장한다. 특히 여수 지역 민간단체는 오는 4월 전라좌수영 본영 건물인 진남관 재개관에 맞춰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영도 맞대응 나서 “역사를 기만하는 행위”

지역 갈등을 우려해 대응을 자제하던 통영 지역도 최근 태세를 전환, 맞대응에 나섰다. 통영시의회는 지난 14일 ‘전라남도와 여수시의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침탈 행위 및 역사 왜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삼도수군통제영은 1593년 한산도에 최초로 설치됐다”며 “역사적 기록과 고증이 명백함에도 왜곡된 주장을 펼치는 전남도와 여수시는 통영시민에게 공식 사과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신철기 시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역사라는 것은 아무리 왜곡을 시도해도 바뀔 수가 없으며,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역사 그 자체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짚었다. 배도수 의장은 “어떠한 역사 왜곡 시도에도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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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문화동에 있는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전경. 사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국가유산포털엔 “한산진영이 최초 통제영”

역사학계 등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제수되기 전인 1593년 7월 전라좌수영 본영(현 여수)에서 통영 한산도(현 통영 한산면)로 이미 군영을 옮긴 상태였다. 남해안 서쪽에 치우친 전라좌수영의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해로 방어 최대 요충지인 한산도로 간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때부터 이순신은 3년 8개월 동안 한산도에서 삼도수군을 지휘했다.

이를 근거로 학계 등에서는 한산도 진영을 최초의 통제영으로 인정해 왔다.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 국가유산포털에 게시된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관련 설명에서도 “선조 26년(1593)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한산진영이 최초의 통제영이다”고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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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당시 제48회 통영한산대첩축제가 열린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한산대첩 학익진'이 재연되고 있다. 통영한산대첩축제는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기념하는 행사다. 중앙포토

하지만 불붙은 역사 논쟁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모양새다. 통영시의회가 결의안을 채택한 지 나흘 만인 지난 18일 여수종고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통영시의회는 적반하장식 역사 왜곡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여수시의회도 조만간 통영시의회 결의문을 반박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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