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크라 희토류 안주면 스타링크 끊는다? "美 결국 패자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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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을 맞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우크라이나 정책이 서방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오히려 코너로 몰면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고 결국 미 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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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美, 우크라에 광물 안 주면 스타링크 차단 협박"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 이득을 취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광물 합의안 초안이 작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세부 사항에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그간의 무기 지원 등에 대한 보상으로 5000억 달러(약 719조원)에 달하는 광물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금까지 미국의 군사 지원 총액이 692억 달러(약 99조원)임을 감안할 때 이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이 제안을 거절하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운용 등을 위해 스타링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만약 스타링크 중단 시 전쟁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가디언은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이런 보상 강요는 '마피아식 제국주의'나 '식민지적 협정'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스페이스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은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또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으로부터 얻은 수익은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위한 기금에 할당할 것"이라며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성장에 기여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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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젤렌스키 때리며 우크라전 '분쟁' 기술  

종전 협상에서의 '우크라이나 패싱'과 트럼프 대통령의 '젤렌스키 때리기'도 논란이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준비가 시작됐다"며 "향후 2주 내에 양국 특사 회동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 협상 중이다. 지난 18일 미국과 러시아가 첫 고위급 회담을 한 후 트럼프와 젤렌스키는 공개 설전을 벌일 정도로 관계가 악화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향해 "지지율이 4%"라거나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3년을 맞아 21일 유엔에 제출한 자체 결의안엔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공' 대신 양국의 '분쟁'으로 기술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에 관한 언급도 빠졌다. 앞서 트럼프는 전쟁의 탓을 우크라이나에 돌려 비판받기도 했다.

"종전 협상의 가장 큰 패자는 미국될 것"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행보는 오히려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안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CIA 유럽·러시아 지부 책임자 마크 폴리머로풀로스는 22일 미 MSNBC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배신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런 배신은 향후 중국과의 갈등 등 국제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종결된다면 중국이 대만 문제 등에서 더욱 대담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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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 러시아와 대화를 시작하려는 건 옳은 일"이라면서도 "트럼프의 수행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을 배제한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은 미국의 외교 원칙에 위배되며, 우크라이나를 전쟁 책임자로 몰아가고 젤렌스키를 비난하는 건 미국의 이상과 이익, 안보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가 치즈 캐나다 토론토대 정치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미·러 종전 협상의 가장 큰 패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지원으로 싸워나가겠지만 트럼프가 푸틴의 편을 드는 모습을 전 세계가 지켜보면서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약화되고 장기적으로 안보에 해를 입을 것"이라며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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