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메랑 된 ‘트럼프 관세’…인플레 우려에 뉴욕증시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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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의 두 얼굴
“취임 첫날부터(on Day One) 가격을 낮추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세운 슬로건 중 하나다. 물론 이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발하는 ‘관세 폭탄’이 공약과는 반대로 고물가 공포를 다시 불러오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이 2.20% 급락하는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관세 전쟁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관세는 양면성이 있다. 고율의 관세는 수입품 값을 올려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것도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다. 하지만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세관을 통과하는 순간 가격도 그만큼 상승한다. 대부분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트럼프 관세로 오르는 물가 때문에 미국 평균적인 경제적 피해 규모가 가구당 연간 2600달러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례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2019년 미·중 무역 전쟁 중 미국의 대중국 관세(최대 25%)로 인해 미국 소비자 물가가 0.4%포인트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2020년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수입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하자 세탁기 가격은 12% 치솟았다.
이미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대비 3.0% 오르며, 2023년 8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미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4.7로 전월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다. 미시간대학은 “소비자들이 잠재적 관세 영향을 고려해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며 “12개월 후 물가가 현재 대비 4.3%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물가 상승 우려에 사재기 움직임도 나타난다. 신용카드 정보업체 크레딧카드닷컴이 발간한 올 2월 소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소비자의 22%는 물건을 사재기했다고 응답했다.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사재기하겠다”는 응답도 20%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시작한 관세 전쟁을 지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는 “1월 20일(취임일)부로 높은 세금과 파괴적인 규제, 만연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노골적인 부패, ‘정부 무기화’와 전적인 무능의 어두운 시대는 끝났다”고 연설했다.
하지만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내세우는 관세 부과, 불법 이민 추방, 감세 등은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정책”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에너지 가격을 떨어뜨리고 노동 생산성을 높여 물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 정책들은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배경엔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인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의 변심이 있다. 이들은 조 바이든 정부 시절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자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 관세가 실제 부과되고 이로 인한 물가 부담이 커질 경우 2년 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바로 부과하지 않고, 예고 후 상대국 태도를 먼저 살펴보는 것도 다분히 지지자를 의식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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