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중비전포럼] 트럼프도 시진핑도 뛰는 AI 시대…한국도 지도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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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AI 패권경쟁과 한국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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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오늘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내일의 패자가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사진은 중국 딥시크와 미국 챗GPT 로고. [AFP=연합뉴스]

딥시크 충격이 거세다. ‘넘사벽’ 같던 미국의 인공지능(AI) 우세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미·중 AI 패권경쟁은 단순 기술 경쟁이 아니다. 산업은 물론 외교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다차원의 경쟁이다. 자칫 AI 생태계가 쪼개지며 우리에겐 선택을 강요할 수도 있다. 한중비전포럼은 21일 서울 HSBC 빌딩에서 ‘미·중 AI 패권경쟁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모임을 갖고 AI 시대 한국의 나아갈 길을 살펴봤다.

트럼프, 빅테크 규제 풀고 중국은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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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사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발제)=미·중 AI 패권경쟁을 세 차원에서 살필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술·플랫폼 경쟁’이다. AI 기술 투자에서 미국은 민간이 앞서지만, 공공투자는 중국이 압도적이다. 또 미국이 중국 고립화를 추구하자 중국은 독자적 생태계 구축을 꾀하고 있다. 인터넷이 둘로 쪼개지는 ‘분할인터넷(Splinternet)’이 출현할 우려가 있다. 두 번째는 ‘규제·담론 경쟁’이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 이면엔 중국이 생성형 AI로 가짜 영상을 만들어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등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중국도 주도권 확보에 안간힘이다. AI 제품을 수출하며 중국의 AI 규제 표준도 함께 전파해 미국에 대항하는 국제적 연대를 구축하려 한다. 세 번째는 ‘외교·군비 경쟁’이다. 미·중은 이미 첨단무기 개발에 AI를 적극 활용 중이다. AI 군비경쟁은 냉전 시기 핵무기 경쟁에 못지않게 새로운 국제정치 질서의 도래를 초래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미 빅 테크에 대한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높이면서 중국에 대해선 안보 프레임을 앞세워 제재를 강화하는 외강내유(外剛內柔)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AI 국가책략을 마련하는 종합적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한국어 기반의 토종 AI 개발을 위한 자체 기술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어 개방적 생태계에서 폐쇄적으로 바뀌는 플랫폼 경쟁에 대응할 자국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AI 분야의 안보와 주권을 모색해야 한다.

미·중 경쟁에 AI 생태계 쪼개질 판
강대국 관심은 AI와 핵무기 연계
한국 살릴 유일한 길은 AI 공교육
우리 과학인재 승부근성 깨워야

중국 경쟁력은 기술 응용에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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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콘퍼런스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 사회)=AI 분야는 일찌감치 미국이 주도해 앞으로 한동안은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지속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딥시크 쇼크 등 중국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다. AI는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게임 체인저다. 미·중 AI 경쟁과 우리의 나아갈 길을 면밀히 살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용신 인하대 중국학과 교수=중국의 AI 경쟁력은 어디서 오나? 디지털 기술과 실물 경제의 심층적 융합에 있다. 중국은 0에서 1로 가는 원시 창조는 미국이 1등이지만 1부터 1000까지 가는 기술 응용에선 자기가 천하제일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AI는 가성비 높은 중국 제품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전 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딥시크가 충격적인 건 가성비 때문만이 아니라 성능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는 데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 없이 실력 있는 토종 엔지니어 중심으로 혁신을 이뤄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혁신은 애플, 전기차 혁신은 테슬라로 인해 가능했는데 이번 AI 혁신은 국산이 제대로 역할을 한 경우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의 과학 인재 교육은 충격적이다. 10세 아동에게 중국 과학기술의 최고 지도자인 원사를 매칭시켜 지도한다. 중국과학기술대학에는 15세 학생을 입학시켜 20대 초반에 박사학위를 받도록 한다. 중국이 AI 발전과 관련해 정부 간 칸막이를 없앤 것도 눈에 띈다. 우리는 전략 부재다. 총체적 플랜 없이 임기응변에 급급한 모양새다.

추격자 한국은 AI와 제조업 접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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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차정미 국회 국제전략연구센터장, 김용신 인하대 교수, 이석배 전 러시아대사, 김진표 전 국회의장, 윤병세 전 외교장관, 백서인 한양대 교수, 신정승 전 주중대사, 김상배 서울대 교수,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연구팀장. 장진영 기자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연구팀장=AI 분야에서 우리는 추격자 위치에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한국은 자신의 강점인 제조업에 집중해야 한다. 이미 중국이 추월한 전통 제조업이나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AI를 통해 어떻게 업그레이드하고 다시 격차를 만들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의 강점인 AI 반도체나 산업용 로봇 등에 대한 집중 투자로 응용 산업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몇 해 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를 만났을 때 “미국은 혁신이 실리콘밸리에서만 일어나지만, 중국은 전역에서 일어나 곧 미국을 추월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설마 했는데 최근 딥시크 충격을 겪었다. 한국은 연구개발직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주 52시간제를 깨야 한다. 과학기술 인재의 승부 근성을 되살려야 한다. 파격적인 연봉으로 우수 인재가 의대 대신 이공계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딥시크 쇼크는 수학 잘하는 천재 한 명이 100% 토종 139명을 이끌고 해냈다. 우리는 영재들이 다 의대로 간다. 결론은 돈이다. 딥시크의 신입 초봉은 5억5000만원에서 7억8000만원 사이다. 국회에서 52시간제 이야기하는데 우리 입장에선 지금 100시간 해도 모자란다. 또 딥시크를 정보보호 차원에서 막기로 했다는데 아니 엔비디아와 구글도 다 쓰는 걸 우리가 왜 막나?

▶차정미 국회미래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장=AI 기술은 ‘파괴적’ 혁신을 초래할 전망이다. 파괴의 의미는 양면적이다. 기존 장벽과 한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역량과 가능성을 창출하는 혁신의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인류의 평화와 생존을 위협하는 혼란과 무질서를 뜻할 수도 있다. 이를 통찰하고 토론할 리더십과 공론이 필요하다.

미국 주도 생태계 벗어나는 건 불합리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세계는 이미 AI를 통한 경제 전쟁, AI 허위정보를 활용한 인지전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 추세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분리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이런 환경에선 우리가 미국 주도 생태계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AI의 군사·안보적 성격 때문이다. AI 시대 한·미 군사협력의 업그레이드는 연합 방위 시스템의 상호연동성이 중요하기에 미국 주도 AI 생태계에서 벗어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대만에서 군사 충돌이 생기면 AI 전쟁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군사 분야에서의 AI 사용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다. 강대국 간 관심은 AI가 과연 언제 핵과 연관되느냐 하는 점이다. 전쟁이 터졌을 때 제일 중요한 최전선에서 AI가 만에 하나 치명적인 살상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와 연결될 때 관건은 마지막 결정을 누가 하는가 하는 점이다. 절대로 기계가 해서는 안 되며 인간이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지금 현재 여러 강대국과 우리의 입장이다.

▶이석배 전 러시아대사=지난해 한국과 미국, 일본이 해상과 수중, 공중, 사이버 등 여러 영역에서 실시하는 ‘프리덤 에지’ 훈련을 두 차례 실시한 바 있다. 이는 한·미·일이 점차 군사통합 체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 결국엔 다중 지휘 체계로 발전할 것이고 거기에는 AI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선 트럼프가 말하는 새로운 동맹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트럼프는 한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상반기에 트럼프 정부의 모든 통상정책이 결정된다. 우리 여야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적어도 리더십 공백으로 트럼프와 전화도 못 하는 이런 상황을 메꿔줘야 한다. 현재 한국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AI 공교육이라 본다. 앞으로 4년 동안 AI 선도 교사 40만 명을 양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AI 교실 혁명을 위한 것이다. AI 교사와 현실 교사가 같이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가정교사와 함께 교실에서 공부하는 셈이 된다. 수준별 학습이 교실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

파격 인센티브로 과학 영재 유치해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AI 시대는 피할 수 없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떤 노력으로 우리가 리드를 하느냐의 문제라 생각한다. 제2의 과학기술 입국 시대를 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정치 리더십이 다시 개입해야 한다. 내편 네편 가를 때가 아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위기의 시기다.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뛰고 있지 않나. 결국엔 인재의 배분이 바뀌어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에 인재를 유치하려면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딥시크도 알리바바보다 더 많이 주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국민이 훌륭한 국가다. 현재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다시 한번 도약의 틀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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