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눈 안와 바짝 마른 강원 백두대간…‘대형 봄 산불’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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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메마른 강원도 곳곳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25일부터는 태풍급 강풍까지 불 것으로 예고되면서 대형 산불 위험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3시 강원 춘천시 신북읍 지내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이 나자 산림당국은 진화 헬기 2대, 진화 차량 34대, 인력 127명을 투입해 산불이 난 지 56분 만인 오후 4시10분에 불을 껐다.

앞서 21일 오후 7시에는 정선군 여량면 유천리 야산에서 더 큰 규모의 산불이 났다. 이날 산불은 야간에 발생해 진화 헬기가 뜨지 못한 데다 산세도 험해 인력 투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이유로 3가구 4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주민 1명이 손에 가벼운 화상을 입기도 했다. 해당 산불은 산림 30㏊를 태우고 18시간여 만에 꺼졌다.

올해 강원 지역에는 총 15건(24일 기준)의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산불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렇게 연초부터 산불이 잦은 건 동해안 전역에 건조 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대기가 극도로 건조한 데다가 눈이 내려 쌓이지 않으면서 숲이 바짝 말라 있기 때문이다.

보통 2월은 동해안 지역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리는 시기지만 올겨울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 북강릉 관측소를 기준으로 이달에 눈이 내린 날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지난해 2월에는 17일 동안 눈이 내렸다.

김병곤 강릉원주대 대기환경학과 교수는 “늦겨울인 2월에도 시베리아고기압이 강하게 내려오면서 호남 등 서쪽에 눈이 많이 내렸지만, 강릉은 제대로 된 눈이 한 번도 안 왔다”며 “수분을 공급해 줄 눈이 없다 보니 나무가 마른 장작처럼 돼서 불이 잘 번지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위기는 지금부터다. 25일부터 동해안과 산지를 중심으로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강원과 경북 일부 동해안에 이날 오후를 기준으로 강풍 예비특보를 발령했다.

강원 동해안에선 봄철이면 태풍급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 ‘양강지풍(襄江之風)’이 잦아 강원도 공무원들은 늘 초긴장 상태다. 양간지풍은 고성과 양양,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말한다. 이 바람이 불면 불길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기 때문에 대형 산불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남쪽에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서 한반도에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며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면서 더 세지는 양간지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지난 23일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관심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발령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가 주의 단계로 상향된 곳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강화·옹진 제외), 대전, 울산, 세종, 경기(안산·시흥·평택·화성 제외), 강원, 충북, 충남(천안), 전남(구례·고흥·여수·광양·순천), 경북, 경남이다.

이용권 산림청 산림재난통제관은 “최근 건조한 날씨가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산불 발생 위험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관련 기관은 산불 예방 활동을 철저히 하고, 산불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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