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4선에 도전장을 낸 정몽규(63·기호 1번) 현 회장은 물론, ‘축구계 정권 교체’를 기치로 내건 신문선(67·기호 2번) 명지대 교수와 허정무(70·기호 3번)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막판 표밭 관리에 열심이다.

4년 임기의 ‘축구 대통령’을 가리는 이번 선거는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다. 선거인단 192명 중 실제 투표에 참여할 유효 투표자를 대상으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가 당선증을 거머쥔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득표자 두 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추가 진행한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진다. 때문에 정 회장 단독 출마 형태로 정리된 앞선 두 번과 달리 진행 과정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당초 지난달 8일에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허정무 후보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에 제기한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이후 선거운영위원회가 전원 사퇴를 결정해 재구성하는 등 우여곡절이 더해지며 총 50일 가까이 지연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왼쪽)이 23일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에어돔에서 열린 2025 스토브리그(유소년 풋살경기)를 관람하고 육동한 춘천시장(가운데)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춘천시].

축구계에선 정몽규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17개 시·도협회장과 임원, K리그1 구단 대표이사 및 단장 등 선거권을 가진 축구협회 산하 단체장이 총 66명에 이르는데, 전체(192명)의 34.3%를 차지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정 후보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근거다. 실제로 윤일 제주도축구협회장을 비롯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한 시·도축구협회장이 9명에 이른다. 정 후보 선거 캠프 관계자는 “정 후보가 선거인단 대부분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면서 “단체장들 뿐만 아니라 축구계 다양한 구성원들로부터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징계를 피한 것도 정 후보에겐 호재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해 말 진행한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축구협회에 정 후보를 포함한 고위 관계자의 중징계를 권고했는데, 선거에 앞서 축구협회가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징계 속행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추후 나올 예정이지만, 선거를 치르기 전 관련 이슈를 가라앉힌 건 의미 있는 소득이라는 평가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가 천안시에 건설 중인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를 중심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0억원 기부를 약속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신문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신문선·허정무 후보 측은 “정몽규 대세론은 허상”이라 목소리를 높인다. 신 후보는 “축구계 바닥 민심은 정 후보가 이끄는 현 집행부에 등을 돌린 지 오래”라면서 “유권자들과 접촉하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선수 출신으로 해설위원을 거쳐 성남 FC 대표이사를 역임한 신 후보는 “정몽규 회장이 집권한 12년 간 축구협회는 정부 지원금을 빼면 실질적으로 연평균 300억원의 적자를 냈다”면서 “사상 최초로 발로 뛰어 돈 벌어오는 축구협회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후보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정무 후보는 선수와 지도자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빈 레전드다. 축구협회 부회장,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 경험도 쌓았다. 허 후보는 “지금 축구협회에 가장 필요한 건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이라는 대원칙을 회복하는 것”이라면서 “당선돼 시스템을 바꾸고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세 후보자는 공식 선거 운동 시작일인 지난 16일부터 전국을 누비고 있다. 선거인단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또는 전화를 통해 의사소통하며 표밭 관리에 한창이다. 한 축구인은 “유세 기간 중 두 명의 후보자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면서 “한국 축구가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는 만큼, 의미 있고 실현 가능성 높은 비전을 제시한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