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장호의 사자성어와 만인보] 청운지지(靑雲之志)와 장구령(張九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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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현종. 바이두

중국의 인물평(人物評) 서적을 읽다 보면 '풍도(風度)'라는 어휘가 등장한다. 대략 풍채와 태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당(唐. 618~907)나라 제6대 현종(玄宗. 685~762)은 어진 재상 겸 시인 장구령(張九齡. 673~740)을 누군가의 '풍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이번 사자성어는 청운지지(靑雲之志. 푸를 청, 구름 운, 어조사 지, 뜻 지)다. 첫 두 글자 '청운'은 '청색 구름'이다. '지지'는 '~의 뜻, 즉 포부'다. 이 두 부분이 결합되어 '입신양명을 목표로 하는 원대한 포부'를 비유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장구령의 시 '거울 속 백발을 보며(照鏡見白髮)' 첫 구절에도 '젊은 그 시절, 청운의 뜻 품고 벼슬길에 나섰는데(宿昔靑雲志)'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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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령. 바이두

장구령은 지금의 광둥(廣東)성 사오관(韶關)시에서 태어났다. 증조부와 조부, 그리고 부친도 지방에서 관료를 지냈다. 그는 매우 총명하여 13세 무렵 이미 높은 수준의 문장을 지었다. 29세에 진사(進士) 시험을 통과하고, 중앙 정부의 고위 관료로 차츰 승진할 기회를 잡았다. '진사 시험은 50세에 합격해도 젊은 편에 속한다'라는 말이 시중에 나돌던 시기였다.

현종 집권 전반기는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개원성세(開元盛世)'로 평가받는 안정된 시기였다. 장구령의 관료 생활은 비교적 순조로웠고, 60세엔 재상(宰相)급 지위에 올랐다. 27세에 즉위한 현종은 현명한 군주였다. 그러나 자만심에 빠진 현종이 52세부터 양귀비를 총애하여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 장구령과 뜻을 같이하던 현신(賢臣)들도 간신 이임보(李林甫)의 견제를 받으며 차례로 중앙 정부에서 밀려났다.

지방의 한직을 떠돌던 이 힘든 시기에 장구령은 시(詩)를 지어 자신의 소회와 우려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으로 소일했다. '감우(感遇)' 12수 등 빼어난 오언고시(五言古詩) 작품들이 이 시기에 탄생한다. '감우'는 '지난 일을 회상하다가 문득 스쳐가는 느낌'을 말한다.

결국 그는 중앙 정계로 복귀하지 못했다. 고향을 방문했다가, 향년 67세에 갑자기 병을 얻어 세상을 하직했다. 현종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정직하고 현명했던 이 탁월한 재상을 기리며 슬퍼했다. "그 인물의 풍도가 장구령에 비길 만합니까?" 누군가를 추천받으면 현종은 이 질문을 잊지 않고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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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녹산. 바이두

736년, 젊은 장수 안녹산이 중요한 전투에서 패하고 돌아와 조정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이때 장구령은 현종에게 평소와 다른 간언을 한다. "안녹산의 낯빛에 반역의 조짐이 느껴지니, 일찌감치 후환을 끊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총기(聰氣)를 상실한 현종은 이 조언을 험담으로 여기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구령의 이 예감은 적중했다. 755년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켰고, 당나라는 긴 내란에 휩싸였다.

'감우' 제7수(首)에 '운명이란 오직 어떤 이를 만나느냐에 달린 것이니(運命維所遇)'라는 인상적인 구절이 등장한다. 동서고금에 젊은이라면 '청운지지'가 없을 수 없다. 권위를 가진 누군가에게 재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존재한다. 장구령은 청춘들의 이런 특별한 정서를 십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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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호연. 바이두

재상 장구령은 시간을 할애해 왕유(王維) 등 젊은 시인들과 교류했다. 유배 생활을 마치고 귀경한 젊은 왕유의 편지를 접하고는 적극 천거해 조정 복귀를 도와준 일도 있었다. 자신이 좌천되어 지방관으로 부임할 땐, 방황하는 젊은 시인 맹호연(孟浩然)을 막료로 대동해 곁에 머물게 했다.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함이었다. 장구령의 비범한 풍도를 느끼게 해주는 미담(美談)들이다.

장구령 이전에도 당나라에 시인들이 많이 있었지만, '당시(唐詩) 300수'의 첫 몇 페이지는 대체로 그의 시로 시작된다. '신사 중의 신사'라는 평을 살아생전에 누렸던 그의 매력적인 삶을 우리가 한 줄로 요약해볼 순 없을까? 그런 마법의 문구는 세상에 없다.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받을 만한 가치 있는 존재가 되라(If you'd be loved, be worthy to be loved).' 로마의 한 시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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