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전 재무장관 "우크라 광물협정 강요, 베르사유 조약보다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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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에 맞춰 미국 뉴욕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 모습. 한 여성이 두른 치마에는 리튬, 티타늄 등 광물 이름이 적혀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요구에 대해 "1차 세계대전 당시 베르사유 조약보다 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요구가 과거 미국이 전쟁 후 피해국을 대했던 전통과는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군사·재정 지원에 대한 대가로 5000억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광물 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조건이 '너희가 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도와주지 않겠다'라는 것이라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며 "우리가 (협정 체결을) 강요받고 그것 없이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협정 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세부 내용을 다 보진 못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하는 것은 침략자가 아니라 침략의 희생자들에게 부과하는 베르사유 조약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베르사유 조약은 1919년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체결된 강화 조약이다. 승전국인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이 독일에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부과한 협정이다. 당시 독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배상 요구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아돌프 히틀러가 이로 인한 독일 국민의 분노를 이용해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평가도 있다.

서머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광물 협정 요구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재건을 지원했던 미국의 '마셜 플랜'과도 크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우리는 서유럽의 재건과 복구를 가능케 한 핵심적인 자금을 제공했다"며 이는 냉전 시기 미국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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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어 "침략의 희생자를 비난하고, 파괴되고 막대한 빚을 진 피해자에게 우리가 한 것의 일종의 보상으로 그들에게 남은 매우 작은 자산의 권리를 요구하는 건 베르사유 조약을 훨씬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서머스 전 장관은 "지금은 실용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모든 열망이나 욕구를 보증하는 건 실현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다"고 덧붙이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24일 유엔 총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으로 규정한 수정된 결의안에 기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미국민들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수백억 달러와 군사 장비를 회수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푸틴 대통령과 전쟁 종식,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뤄질 주요 경제 개발 거래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우리는 침략자들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런 접근 방식을 취하는 세계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서머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5년간 매년 8%씩 국방예산을 삭감하고 해외 원조를 축소하려는 계획이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이 오히려 중국에 도움이 된다며 "중국의 행보가 더욱 자유로워진다면 이는 세계 질서를 주도할 수 있다는 믿음과 깊이 연관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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