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시범경기 첫 홈런…이정후, 원래 3번 타자가 천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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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실전 복귀 후 첫 홈런을 터트렸다. 샌프란시스코의 새 3번 타자로 합격점을 받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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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 AP=연합뉴스
이정후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범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부터 동점 홈런을 폭발했다. 팀이 0-1로 뒤진 1회 말 2사 후 상대 오른손 선발투수 체이스 달랜더의 초구 직구(시속 156㎞)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이정후가 MLB 공식 경기에서 홈런을 친 건 지난해 4월 2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정규시즌 경기 이후 10개월여만이다.
이정후는 지난해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어깨를 크게 다쳐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이후 수술과 재활을 거친 그는 지난 23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시범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나서 286일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이정후는 당시 첫 타석부터 상대 투수의 초구(시속 149㎞ 직구)를 때려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부상에서 막 복귀한 이정후의 과감한 스윙에 감탄했다.
이정후는 두 번째 실전이던 이날도 첫 타석 초구를 공략하면서 공격적인 타격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 상대 투수 달랜더는 MLB가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인데, 이정후의 풀스윙에 허를 찔려 이날의 유일한 실점을 허용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주로 1번 타순에 기용됐다. 올해는 3번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 이정후가 지난 시즌 부상으로 빠진 사이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리드오프로 자리 잡았기에 더 그렇다. 멜빈 감독은 "웨이드는 출루율이 좋은 선수다. 우리에겐 3번을 맡을 타자가 필요하다"며 "타선의 좌우 균형과 응집력을 고려해 이정후의 타순을 바꿀 수 있다. 여러 가능성을 시험하겠다"고 했다. 이정후는 그 후 두 경기 연속 3번 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번엔 홈런까지 쳐 존재감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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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 AP=연합뉴스
이정후에게 3번은 익숙한 자리다. 이정후는 KBO리그 7시즌 동안 총 3947타석에 섰는데, 그 중 3번 타자로 나선 타석(2017타석)이 가장 많다. 그다음이 1번(1468타석)→4번(182타석)→2번(146타석) 순이다.
성적도 좋았다. 3번 타순 타율이 0.344(1768타수 609안타), OPS(출루율+장타율)가 0.945로 1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순 중 가장 높다. 특히 통산 홈런 65개 중 51개(78%)를 3번 자리에서 때려냈다. 2루타 131개, 3루타 23개로 장타도 많이 생산했다. 이정후가 "타순 변동은 개의치 않는다. 팀에 필요한 자리에 맞게 준비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표현한 이유가 있다.
이정후는 3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했고, 5회 말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된 뒤 6회 초 수비를 앞두고 교체됐다. 최종 성적은 2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샌프란시스코는 9-9로 비겼다.
한편 올해부터 이정후의 팀 메이트가 된 MLB 현역 최다승(262승) 투수 저스틴 벌랜더(42)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처음으로 공식 경기에 등판했다. 2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는데, 피안타 하나가 마이클 토글리아에게 맞은 솔로홈런이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4㎞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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