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50년엔 돌봄필요 노인 OECD서 1위…관련 재정 부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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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여의도 A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방문형 요양시설인 ‘데이케이센터’ 설치를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었다. 서울시는 재건축시 인허가 기간 단축,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주는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는 대신 공공 기여로 단지 안에 ‘노(老)치원’이라 불리는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결국 설치는 확정됐지만, “요양시설이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불만은 여전하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국회의원은 2021년 지역구에 건설하려던 ‘실버케어센터’ 추진 계획이 백지화된 소식을 알리며 “숙원사업을 또다시 해결하게 돼 기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워 지원이 필요한 장기요양(Long-Term CareㆍLTC) 대상자도 급증할 전망이다.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노인케어는 경제적으로 감당 가능한가?’에 따르면 2022년 한국에서 LTC가 필요한 노인 비율은 3.0%(29개국 중 26위)에 불과했지만, 2050년엔 7.4%로 급증하며 OECD 1위로 올라선다. 이 기간 증가 폭도 4.4%포인트(평균은 1.2%포인트)로 1위다. 2022년 5.4%인 일본은 2050년 7.0%로 한국보다 낮아진다. 프랑스(3.9→5.1%)ㆍ이탈리아(4.4→6.3%) 등 앞선 초고령사회 국가도 증가 폭이 한국보다는 크지 않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한국은 사회 분위기는 물론, 재정적으로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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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2008년 제도 도입 시 21만4000명에 불과하던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6만5000명으로 5배가량 폭증했다. 2050년에는 334만명 가량이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된다. OECD는 회원국 전체 LTC 관련 지출이 2050년까지 현재의 2.5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한국은 증가율이 이보다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재정 부담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2023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가족 중 몸이 불편해 보호가 필요하다면 누구의 도움을 받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요양 전문시설 입소’가 36.7%, ‘가정 방문 요양 서비스’가 34.2%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0.9%가 요양 서비스를 원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장기요양보험이 일찌감치 한계에 이른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수입은 2023년부터 연평균 8.89% 증가해 2032년에는 32조4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출은 연평균 10.14% 증가해 2032년 34조8000억원에 이른다. 2026년부터 장기요양보험은 적자가 지속하며, 2031년에는 누적준비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LTC 대상자와 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재정 지원을 해줄 ‘곳간’은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다. 관련 보험료 징수를 늘리거나 국고 지원금을 확대해야 하는데, 결국 국민 부담만 늘리게 된다.

요양기관의 난립과 관리ㆍ감독 부실도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설치 신고만으로도 장기요양기관 급여 지정이 가능하다 보니 영세 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했다. 이는 요양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부당청구ㆍ부정수급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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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77억원이던 장기요양보험 부당적발금액은 2023년 668억원으로 늘었다. 1374곳의 시설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는데, 사실상 대부분 시설(1342곳)에서 이런 사례가 적발됐다.

당장은 요양시설이 부족하지 않지만, 향후 수요 폭증으로 병상 부족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정부가 지난달 ▶건강단계별 재가 돌봄 확대▶지역사회 계속 거주(AIP)를 위한 주거환경 조성 등 시설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한 배경이다.

OECD는 보고서에서 “더 광범위한 재원조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관련 재원조달 계획과 지출 효율화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노인 돌봄 위기’를 에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처럼 재가 돌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요양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님비(NIMBY)’ 현상 등도 풀어야 할 숙제”라며 “인구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거둬들이는 보험료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도 다져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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