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압박에 손 든 애플 “5000억 달러 투자”…삼성엔 기회?

본문

진퇴양난에 빠진 애플

애플이 미국에 5000억 달러(약 714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파격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아이폰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립해 미국에 파는 애플이, ‘중국산에 고(高)관세’를 실행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달래려 나선 거다.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일찍 중국 조립 비율을 줄여온 터라, 반사 이익을 얻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4일(현지시각) 애플은 “향후 4년간 미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2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텍사스 주 휴스턴에 대규모 인공지능(AI) 서버 공장 설립 ▶2017년 발표한 ‘첨단 제조 펀드’ 규모 확대(50억→100억 달러) ▶AI 투자 가속화 등을 언급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4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발효한 뒤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 전체 매출의 약 40%는 미주 지역에서 나오며, 아이폰의 80%가량은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높아질수록 애플의 부담이 커지는 이유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 가격을 9% 정도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행보는 트럼프 정부 1기 때와 유사하다. 지난 2018년 애플은 5년간 350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기업 애플이 아닌 타국 경쟁사가 득을 본다고 정부를 설득했고, 결국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아냈다.

이후 애플은 ‘탈(脫) 중국’을 외치며 인도·브라질 등으로 생산 기지 다변화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이진 못했다. 중국 지방 정부가 공장 이전을 반대하며 압력을 넣었고, 인도 공장의 조립 숙련도가 아직 중국만 못해 제품 완성도가 낮아질 우려도 있어서다.

일각에선 애플이 울며 겨자 먹기로 ‘리쇼어링(국내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내 인건비와 제조 능력 등을 고려하면 애플이 직접 미국 내 공장을 지어 아이폰 등을 생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내민 ‘5000억 달러 투자’ 계획이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년간 애플의 자본 지출 분석에 기반해 “5000억 달러 투자는 대부분 이미 회계에 기록된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예정된 지출을 다시 포장했을 뿐이라는 거다. 왐시 모한 BOA 애널리스트는 “1기 트럼프 정부에서 애플이 관세 예외조항을 적용받았지만, 이번에는 불확실하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중국 제조 스마트폰’ 염려는 없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여파로, 삼성전자는 마지막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 거점이던 후이저우에서도 2019년 철수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는 대부분 전자기기를 중국 외부에서 생산해 관세 문제에 강점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대 스마트폰 생산기지는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베트남이다. 인도 노이다 공장도 2007년부터 삼성 모바일 제품을 조립하는데, 지난 2016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난 시설을 두 배로 확장했다. 여기서 삼성전자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량의 30%가량을 조립한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87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