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행기 같지만…과거와 현재 ‘관계’에 대한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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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작가는 “상상 속 인물 뒤에 숨을 수 있는 소설보다 나를 드러내야 하는 에세이가 더 쓰기 어려웠다”고 했다. [사진 정멜멜]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등에서 2030 세대의 ‘지금, 여기’를 실감나게 보여준 소설가 장류진(39)이 첫 에세이집을 냈다. 지난 19일 출간된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은 지난해 여름 그가 밀리의서재에 연재한 단짝 친구와의 핀란드 여행기를 묶은 단행본이다. 두 친구가 함께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도시 쿠오피오, 단편소설 ‘탐페레 공항’의 배경인 탐페레, 수도 헬싱키를 돌아보는 여정을 사진작가 정멜멜이 찍은 핀란드 풍경과 함께 416쪽 분량의 책에 담았다.
책은 언뜻 핀란드 여행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장류진은 교환학생으로 핀란드에 살았던 2008년과 여행을 떠난 2023년 현재를 부지런히 오가며 일과 나의 관계, 친구와 친구의 관계,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곱씹는다. 지난 20일 전화로 만난 장류진 작가는 “그동안 작가로서의 자아와 생활인으로서의 자아를 분리하고 싶어” 에세이를 쓰지 않았다며 “15년 전 살았던 곳을 돌아보며, 그동안의 변화를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산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열면 소설이 나옵니다.
- “맨 앞에 2021년에 쓴 엽편 소설(단편보다 짧은 소설) ‘치유의 감자’를 실었어요. 2008년 핀란드 교환학생 시절을 배경으로 쓴 소설인데요. 언젠가 책에 넣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핀란드 여행기를 내면서 싣게 됐죠.”
- 에세이 출판을 염두에 두고 여행을 갔나요.
- “책을 쓰려고는 아니고 친구랑 시간이 맞고 기회가 돼 가게 됐어요. 저도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았잖아요. 이 정도 되니 지금 내 곁에 있는 친구, 그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제 삶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저한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짜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친구, 그런 사람과의 관계와 추억이 참 귀하다는 느낌을 받죠.”
장류진은 판교의 한 IT 기업에서 10년 동안 서비스 기획자로 일했고 2018년 첫 소설집이 나온 뒤에도 한동안 직장 생활을 병행했다. 그의 작품은 조직의 미묘한 역학관계와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다. ‘하이퍼 리얼리즘’의 선두주자라는 찬사와 ‘블라인드(직장인을 위한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소설’이라는 꼬리표가 동시에 따른 이유다. 에세이엔 이런 세평에 대한 속마음과 함께 『일의 기쁨과 슬픔』에 수록된 단편 ‘탐페레 공항’의 배경이 된 탐페레에서 이 ‘이야기’에 잘 가라는 인사를 건네는 장면도 담겼다.
- 단편 ‘탐페레 공항’은 “수많은 신춘문예와 공모전에 냈지만 모두 미끄러진” 작품이었다면서요.
- “누더기가 되도록 고치고 고쳐도 최종심에서 언급된 적도 없는 작품이고, 아픈 손가락이었죠. 그런데 책을 낸 후 그 책에서 ‘탐페레 공항’이 제일 좋았다는 말도 들었어요. 살면서 허투루 하는 경험은 없구나. 언제 어디에서든 다시 쓰임이 생기는구나, 생각하게 됐죠. 다른 곳도 아닌 소설의 발상지에 도착했으니, 잘 떠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 차기작도 2030의 현실을 다룬 이야기인가요.
- “맞아요. 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핍진하게 쓰는 게 좋아요. 읽을 땐 다양하게 읽지만 쓸 땐 역시 리얼리즘에 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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