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고양이도 한식에 푹 빠졌다…K펫푸드 불티나는 이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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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펫코노미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김모씨는 남편과 사별한 후 10살된 반려견과 둘이 산다. 그는 반려견 돌봄에 한 달 평균 50만원을 쓴다. 사료는 유기농으로 먹이고, 간식도 신선도를 따져 고른다. 고령기에 접어든 반려견을 위해 영양제도 챙기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옷 사 입히고, 일주일에 두 번은 반려동물 유치원에도 보내다보니 월 50만원도 때론 부족하다. 김씨는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자식보다 매일 옆에서 재롱 부리는 반려견한테 아낌없이 쓰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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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xxxxxxxxxxxxxxxxxxxx
500만 반려가구 시대에 펫코노미(Pet+Economy)가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가족같은 반려동물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건강식 수요가 급증하면서 펫푸드(사료·간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4154억원이었던 국내 펫푸드 시장 규모는 2022년 1조6899억원으로로 커졌다. 2028년엔 2조5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 가구가 지출하는 반려동물 양육비는 월 평균 15만원 선으로, 이 중 절반이 먹거리 비용이었다.
그동안 국내 펫푸드 시장은 네슬레 퓨리나·마즈 등 외국 브랜드가 주도했지만, 최근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국내 식품·바이오 업체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하림펫푸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사료 브랜드 ‘더 리얼’ ‘밥이 보약’을 선보였다. 2017년 설립 5년 만인 2021년 흑자 전환했고, 2023년 매출 457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들도 속속 펫 푸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반려다움’을 출시해 반려견 영양제를 내놨다. 대상도 2023년 대상펫라이프를 설립, 반려동물 기능성 식품인 ‘닥터뉴토’를 운영하고 있다. hy는 반려견 전용 우유인 펫쿠르트를 내놨다. 종근당바이오·광동제약 같은 제약사들은 반려동물용 식이보충제나 영양보충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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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K펫푸드에 대한 해외 시장 반응도 좋다. 한국은 펫푸드 시장 후발주자지만, 프리미엄·기능성 제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고양이 사료 수출액은 1억6090만 달러(약 2314억원)로, 2017년 1270만 달러(약 182억원)보다 열 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수출액의 36.4%를 일본에서 벌었고 태국(26.4%), 베트남(8.4%) 등에서도 잘 팔린다. 펫푸드업계 관계자는 “깨끗한 공정과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인식과 반려동물의 입맛을 공략해 무엇보다 반려동물들이 ‘잘 먹는다’는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세계 펫푸드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동원F&B는 이달부터 미국 내 7만개의 마트·펫샵에 펫푸드 브랜드 ‘뉴트리플랜’ 제품을 유통한다. 직접 어획한 참치를 자숙해 즉시 캔에 담은 반려묘용 통조림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동원F&B는 “올해 미국 매출로 300억원이 예상되고 2027년엔 펫푸드 해외 매출을 2000억원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유기농 사료업체 네츄럴코어도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진출한 베트남·말레이시아·대만·필리핀 매출은 연간 50% 이상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원료 공급망 구축이나 해외 판매망 확보 등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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