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머스크, 사방이 적…DOGE 집단 사임에 캐나다 시민권 박탈 청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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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전기톱을 들고 있다. '전기톱 퍼포먼스'를 통해 집단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관료제를 '썰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고강도 연방 정부 축소 작업을 진두지휘 중인 일론 머스크가 대내외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정부효율부 직원들이 집단 사임하는가 하면, 머스크의 캐나다 시민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원도 벌어졌다. 특히 정부효율부에서 내부 반발이 터져 나온 것에 대해선 머스크식 급진적인 정부 개혁 방식이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 정부효율부 소속 공무원 21명이 이날 공동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수지 와일스 백악관 수석보좌관에게 발송한 집단 사직서에서 "중요한 공공 서비스를 해체하는 데 기술적 전문성을 사용하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설립된 전자정부 추진 기구인 '미국 디지털서비스' 직원들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 행정 명령을 통해 정부효율부 소속으로 변경됐다. 대부분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에서 고위직으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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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글리슨. 25일(현지시간) 백악관은 기자들에게 "머스크가 아니라 에이미 글리슨 전 디지털 서비스 직원이 정부효율부(DOGE) 수장 권한을 갖고 있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 유튜브 'Syllable Healthcare' 캡처

그간 머스크식 연방정부 개혁에 대해 공무원 노조인 미국공무원연맹(AFGE) 등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외부 반발은 있었지만 내부 저항은 처음이다. 사임한 직원들은 특히 "머스크가 정부효율부에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적 이념가들을 영입해 동료들을 서로 대립시키려 하면서 심각한 보안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 효율화 작업을 이행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단 사임을 일축했다. 또한 백악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머스크가 아니라 에이미 글리슨 전 디지털 서비스 직원이 정부효율부 수장 권한을 갖고 있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외부의 적들도 만만치 않다. 캐나다 신민주당(NDP) 소속 찰리 앵거스 의원은 지난 20일 머스크의 캐나다 시민권과 여권을 취소해 달라면서 청원을 냈는데 5일 만인 이날 기준으로 28만명가량 서명했다. 캐나다 하원 규정에 따르면 청원이 하원에서 검토되고 정부의 공식 답변을 받으려면 500개 이상의 유효 서명을 받으면 되는데 그 기준은 이미 훌쩍 넘어섰다. 머스크는 이 청원 소식을 알린 엑스(X·옛 트위터) 사용자의 게시물에 "캐나다는 진짜 나라가 아니다(Canada is not a real country)"라고 응수했다.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생으로, 18세 생일 직전에 캐나다로 이주해 캐나다 출신인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했다. 2002년엔 미국 시민권도 취득해 현재 이중 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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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캐나다 시민권을 박탈해 달라는 캐나다 의회 웹사이트 청원. 사진 캐나다 의회(Parliament of Canada) 웹사이트 캡처

머스크는 캐나다 내정간섭 논란에 휩싸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캐나다가 미국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된다"고 발언했는데 머스크 역시 공개적으로 이 발언을 지지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7일 엑스(X, 옛 트위터)에서 "그럴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다"고 하자 "더 이상 캐나다의 주지사가 아닌 당신이 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도 공개 지지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서방 5개국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서 캐나다를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즉각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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