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황금기를 이끈 야전사령관에서 해설위원으로 변신하는 김재호(40)는 ‘시청자의 눈높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30년간 그라운드에서 쌓은 경험을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프링캠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25일 일본으로 출국하던 김재호는 “은퇴 후 한동안 편한 마음으로 지냈는데 다시 긴장된다. 해보지 않은 분야인 만큼 두렵기도 설레기도 한다”며 웃었다.

내야수 김재호는 200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아 데뷔했다. 초기에는 손시헌·고영민 등에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견실한 수비력으로 서서히 올라섰다. 2013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한 그는 2014, 15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연속 수상하며 입지를 굳혔다. 15년 가까이 두산의 내야를 책임졌던 그에게도 지난 2년간 세월의 무게가 버거웠다. 세대교체로 출전 기회가 줄면서 결국 지난해를 끝으로 글러브를 내려놨다.

김재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으니 운동 없는 겨울은 거의 30년 만이다”며 “(휴식으로) 몸과 마음 모두 가벼웠는데, 새로운 직업(해설위원)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은퇴 후 코치 제안도 여러 차례 받았다는 그가 해설위원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그는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지난 2년간 벤치에서 (야구를) 보기는 했지만, 관중의 시선으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답했다. 미야자키에서 두산과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를 취재할 계획이다. 두산은 그가 21년간 몸담은 친정 팀이고, 롯데는 두산 시절 스승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팀이다.

김재호는 아직 팬들에게 이별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은퇴식도 미정인 가운데에 방송으로 팬들을 만나게 된 그는 “선수로 뛰며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결국 팬들과의 추억이었다. 팬들이 없었다면 선수 김재호도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그 마음 그대로 응원해주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