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Cooking&Food] 고사리가 가장 큰 무기…"100% 비건이지만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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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다이닝 ‘잡수신 후 절대로 후회하지 않습니다’ 입간판으로 시선 사로잡는 ‘고사리 익스프레스’
FDA 승인받은 ‘고사리 오일 소스’
각종 요리 사용해 감칠맛·풍미 더해
비건 재료로 잔치국수 그대로 구현
찾는 손님 성별·나이·국적 다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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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하는 누들샵 ‘고사리 익스프레스’의 김제은 셰프는 맛있는 채식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채식이 환경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매장 한켠에 가상의 숲도 만들었다. 사진 속 음식은 이곳의 대표 메뉴로, 왼쪽은 네팔식 만두 모모, 오른쪽은 클래식 온면이다. [사진 김성현]
수십 년 세월의 흔적을 켜켜이 간직한 서울중앙시장과 황학시장의 입구. 노포들을 지나 겨우 몇 발자국 옮기면 화려한 주황색 그라피티와 더불어 ‘잡수신 후 절대로 후회하지 않습니다’라는 독특한 입간판으로 행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식당이 있다. 다채로운 채식 메뉴와 노포를 결합해 반주하는 누들샵을 지향하는 이곳은 ‘고사리 익스프레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사리를 가장 큰 무기이자 장기로 하는 이곳은 김제은(31) 셰프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지난해 6월 5일 문을 연 이후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오후 5시, 저녁 영업을 시작하면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좌석은 손님들로 가득 차고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가는 이들도 적잖다.
독특한 점은 이곳을 찾는 손님들 사이에서는 성별과 세대 그리고 국적의 경계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건이 아닌 손님 역시 이곳을 ‘힙한 맛집’이라는 이유로 방문하는 만큼, ‘고사리 익스프레스’는 다른 비건 식당과는 달리 곳곳에서 신선하고 즐거운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이곳의 음식을 먹은 이들의 반응은 이렇다. “이거 진짜 채식 맞아요?” 100% 비건이지만 김제은 셰프는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며 감칠맛이나 자극적인 풍미를 내는데 주저함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장에서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잔치국수를 비건 재료로 그대로 구현한 ‘고사리 클래식 온면’이다. 국물을 한입 먹는 순간 너무나도 익숙한 맛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병아리콩과 파뿌리, 고사리, 표고버섯 등으로 채수를 끓여냈지만, 감칠맛은 멸치 육수와 다름없고, 되려 한층 더 깔끔한 뒷맛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잔치국수’의 모습 그대로이지만, 이것을 비건으로만 구현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실제로 매장에서도 온면 하나를 안주 삼아 반주를 즐기는 손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탄탄면 같은 비빔, 네팔 스타일 만두 선보여
병아리콩과 들깨를 갈아서 만든 페이스트에 구운 가지와 버섯 등 다양한 채소가 올라간 ‘고사리 들깨 비빔’도 별미다. 병아리콩으로 만든 후무스는 달큰하면서도 묵직하게 입안을 가득 채우는 동시에, 마늘쫑과 고추에 대파오일을 구워 만든 고추기름은 매콤하게 밸런스를 맞춰준다. 앞선 클래식 온면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면서 입에 달라붙는 느낌으로 흡사 탄탄면을 연상케 한다.
다양한 곁들임 메뉴 사이에서는 네팔 스타일의 만두인 ‘모모’가 눈에 띈다. 비건인 만큼 이곳은 여타 다른 만두와 달리 고기 대신 양배추와 두부로 속을 채웠다. 고기 특유의 씹는 재미는 덜할지 모르지만, 맛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모모 아래 깔린 당근 퓌레와 살짝 얹어진 고추기름은 자칫 평범할 수 있는 비건 만두의 킥으로 제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앞선 두 메뉴는 물론 고사리 익스프레스의 근간에는 김제은 셰프가 직접 개발한 ‘고사리 오일 소스’가 함께 한다. 고온에서 오랜 시간 고사리와 양파를 함께 볶고, 올리브유와 건고추, 소금과 후추 등으로 맛을 낸 이 소스는 이곳의 맛을 책임지는 만능 해결사다.
면 요리 외에도 샐러드 드레싱이나 떡볶이, 감바스 등 소스의 활용도에는 그 한계가 없는데,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 고사리와 진한 감칠맛 풍미가 이 소스의 독특한 매력이다. 그는 “어느 날 주문한 취나물이 고사리로 잘못 배달됐는데 마침 냉장고 속 식재료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보자며 동료들과 내기를 했고, 고사리로 파스타를 만들어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남은 소스에 빵을 찍어 먹었는데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맛이었다고. 그래서 본격적으로 고사리 오일 소스 개발을 시작했고, 2021년부터 40~50번의 테스트를 거쳐 지금의 고사리 오일 소스를 개발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FDA의 승인까지 받으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사리’를 꿈꾸고 있다.
김 셰프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지만, 매장을 운영하고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채식의 가치와 의미를 알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자연 보호조차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가게 한쪽에 가상의 숲을 조성했다. 손님이 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 일정 금액을 강원도 인제군의 숲을 보호하는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손님의 나무 모형에는 나뭇잎을 선물한다. 단골들은 자신의 나무에 나뭇잎이 자라는 것을 보며, 채식이 지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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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 컨셉을 살린 고사리 익스프레스의 레트로한 간판.
채식의 가치 전하려 가게 내 ‘가상의 숲’ 조성
실제로 지금까지 매장에서 소각한 탄소는 50t에 달하고 오는 6월이면 100t을 바라보고 있다. 가게 한쪽에 ‘산림탄소흡수량 사회환원증서’를 붙여놓은 김 셰프는 100t을 달성하는 날 파티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셰프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제대로 된 비건 식당이 하나도 없는 인천국제공항에 고사리 익스프레스의 새로운 지점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해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공항’ 3위에 선정됐지만, 공항 내에는 비건 식당이 없어 해외 관광객들이 불편이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수많은 글로벌 체인을 지닌 ‘판다 익스프레스’처럼 세계 어디서나 누구든 쉽고 맛있게 채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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