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인생 사진' 찍어준 기자도, 백악관 취재금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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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번 부치 기자가 촬영한 2024년 7월 피격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대선 유세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총격을 당한 직후,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든 유명한 사진을 찍은 AP통신 소속 사진 기자도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출입을 한동안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의 에번 부치(Evan Vucci)수석 사진기자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AP 스타일 가이드에 따른 다툼 때문에 나의 백악관 취재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이 잘 풀려 역사를 기록하는 내 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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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수석 사진기자인 에번 부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악관 출입이 정지되고 있다는 내용을 남겼다. 에번 부치 페이스북 캡처

부치는 지난 7월 13일 대선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단상에서 내려오던 트럼프 후보가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결연한 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치켜든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송고한 기자다.

푸른 하늘에 나부끼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트럼프의 모습을 '영웅적'으로 담은 이 사진은 당시 공화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3년부터 20년 넘게 AP에서 일한 47세의 부치 기자는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미국 전역으로 번진 시위 현장을 취재한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은 베테랑 사진기자다.

부치 기자가 백악관을 출입하지 못하게 된 것은 2기 정부 출범 후 트럼프 행정부가 주류 매체들을 상대로 벌이는 '언론과의 전쟁'의 여파다.

앞서 백악관은 AP통신이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꾼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과 전용기(에어포스 원)에서 사진 기자를 포함한 AP 기자의 취재를 금지한 바 있다.

AP는 수백년 간 이어져 온 멕시코만 명칭을 그대로 쓰되,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따라 새로운 명칭도 함께 표기하고 있다며 취재 제한에 대해 소송 등 항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백악관이 표면적으로는 멕시코만 표기를 AP에 대한 백악관 취재 제한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레거시 언론'으로 불리는 기성 주류 매체와의 갈등이 실제 원인이란 평가도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신생 인터넷 매체와 팟캐스터, 유튜버 등에게는 취재 편의 등 잇따라 백악관 문호를 열어주고 있다.

또 1846년 출범한 세계 최대 뉴스통신사로 팩트 중심의 초당파적 언론을 표방하는 AP에 대한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의 불만이 배경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부치 기자도 언급한 AP의 '스타일북'을 문제 삼는 트럼프 열성 지지자가 많다.

스타일북은 기사 작성과 편집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론사가 문법, 용어 사용 등에 관한 규칙을 정리한 지침서다. 언론사마다 갖추고 있지만, 특히 AP의 스타일북은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 언론인들도 기사 작성에 많이 참고하는 표준 지침서로 통용된다.

예를들어 AP스타일북에는 '트랜스젠더 주제를 보도할 때는 모든 입장을 포함해 이야기의 균형을 잡는다는 구실로 자격 없는 주장이나 출처를 제공하는 것을 피하라'고 권하는데,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이는 부적절한 권고라고 비판한다.

AP가 기사에서 인종을 언급할 때 흑인은 첫 글자를 대문자(Black)로 쓰면서 백인은 대문자로 쓰지 않는 점(white)을 불쾌하게 여기는 보수진영 인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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