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넉달전 아들 마약 입건됐는데…치안정감 출신 與이철규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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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3선)이 아들의 대마 수수 미수 혐의 입건 사실에 “송구하다”면서도 “아들의 입건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중앙일보는 앞서 이 의원 아들이 지난해 10월 강남 주택가에서 ‘던지기’ 방식의 숨겨진 액상 대마를 찾다가 시민의 신고로 적발됐다(▶‘[단독] 與 실세 의원 아들, 강남서 '던지기'로 마약 찾다가 적발’)고 지난달 28일 단독 보도했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체코 등 출장에서 귀국하며 연합뉴스에 “자식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심히 송구스럽다”면서도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관련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이 있다면 응당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며 “경찰의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중앙일보의 십여 차례 전화 및 소셜미디어(SNS) 문자 등에 응답하지 않았다. 의원실 관계자도 2일 아들의 대마 수수 미수 혐의 입건 사실을 넉달간 모를 수 있냐 등에 “언론을 통해 밝힌 입장과 같다”며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의원 아들인 30대 이모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효령로의 한 건물 화단에 운반책이 ‘던지기’ 수법으로 미리 숨겨놓은 액상 대마(5g 상당)를 찾다가 시민이 신고하자 현장을 떠났다. 이후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차량을 추적한 끝에 운전자인 이씨와 남성·여성 등 동승자 2명의 신원을 파악해 한 차례 소환조사했다고 한다. 조사 당시 이들은 간이 마약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와 이후 더 불러야 할지를 검토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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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경찰서는 이철규 의원 아들 이모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1월 27일 서울 서초경찰서의 모습. 연합뉴스
이 의원은 경찰 간부후보 29기로 퇴임 전 경찰계급으론 ‘넘버 2’인 치안정감(경기경찰청장)을 역임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강원 동해·삼척에서 당선한 후 동해·태백·삼척·정선에서 내리 3선을 했다. 22대 국회에선 지난 2023년 6월 당 중앙청년위원회 발대식에서 청년 마약 확산 방지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에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와 함께 마약과의 전쟁을 하겠다던 국민의힘,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지난해 10월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서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며 “경찰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자녀가 연루된 사건을 수사하며 ‘조용한 입건’을 한 것인지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것인지 강한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 총경급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성인일 경우 가족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는다”며 “본인이 작정하고 입을 다물었다면 부모가 누구인지 즉각적으로 알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총경급 경찰은 “적발‧조사 과정에서 이씨가 이 의원 아들이란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의원이 경찰 출신인 만큼 아들의 입건 사실을 이제껏 몰랐다고 해명한 점도 의문스럽다”고 했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경정급 경찰도 “복잡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사건 진행이 더딘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씨가 이 의원의 아들이란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고, 폐쇄회로(CC)TV 추적 등 피의자 특정에 시간이 다소 걸렸다는 입장이다. 서초서 관계자는 “(피의자) 특정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고, 특정된 이후엔 바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며 “수사가 늦게 진행된다고 보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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