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가 너무 크다, 의대생들 돌아오라" 의대 학장들 복귀 호소문

본문

17410584588439.jpg

3일 서울 소재 의과대학 모습. 뉴시스

의대 학장 협의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개강을 맞아 "모두 함께 학교로 돌아오라"며 전국 40개 의대생에게 복귀를 호소하는 서신을 발표했다.

4일 KAMC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일 A4용지 4장 분량(3200여자)의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이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해당 서신엔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등 전국 40개 의대 학장이 모두 이름 올렸다.

서신에서 의대 학장들은 "2025학년도를 시작하는 3월 첫 주"라며 "2024년에 시작된 의대 증원 사태로 학생 대부분이 학교 밖에서 1년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이미 초래된 1년간 의사 양성 중지는 향후 우리 의료계에 많은 부작용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이를 1년 더 반복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와 여러분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학장들이 직접 나서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현 상황을 대한의사협회(의협) 중심으로 해결하기를 기다려왔으나 2024학년도 1학기를 넘기면서 KAMC가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대생들은 아직 면허를 가진 의사가 아니므로 의협에 속한 전공의, 기성 의사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신에 따르면 KAMC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공식·비공식 간담회 등을 통해 정부·국회·의료계·교육계와 소통해왔다. 새 학기 개강이 임박한 지난 2월 24일엔 정부에 ▶2026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재설정 ▶2027년 이후 정원은 의료계 합의로 구성된 추계위원회에서 결정 ▶의학교육 질 유지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 등의 3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학장들은 "의사들도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듯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정부도 우리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면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을지를 자신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모집인원을 원점으로 돌리려면 정부 결단뿐 아니라 각 대학 총장이 동의해야 한다"며 "KAMC는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의협 회장과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에게 결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정상적인 학사가 이뤄져야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부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며 의대생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여러분 희생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정부를 설득하겠다"며 "여러분이 떠날 것을 결정한 순간이 있었듯이 지금은 돌아올 것을 결정할 순간"이라고 복귀를 재차 촉구했다.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이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

2025학년도를 시작하는 3월 첫 주입니다. 2024년에 시작된 의과대학 정원 증원 사태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정부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의료 정책 추진으로 소중한 시간을 희생한 미래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휴학하고 대한민국 의료의 내일을 이끌어 갈 전공의들이 사직을 결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몇 달 안에, 다음은 한 학기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소통이 어려운 정부를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의사 직역들 간의 입장 차이와 함께 정책적 역량의 한계도 깨닫는 1년이었습니다.

또한, 잘못된 정책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한 행동이 의료인으로서 옹호하고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의료시스템을 어렵게 만든 역설적 상황에 도달하였습니다. 우리 학생들과 전공의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여러분의 자리를 원상 복구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의사와 환자, 의사와 정부, 의사와 공동체를 적대 관계로 만드는 복잡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심각한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전국 의과대학과 교수들은 힘든 한 해를 버티며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미 초래된 1년 간의 의사양성 중지는 향후 우리 의료계에 많은 부작용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이를 1년 더 반복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와 여러분이 치러야 할 댓가가 너무 큽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의대협회)는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 학·원장들과 교수회원들이 함께 하는 의학교육 기관을 대표하는 단체입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현재 활동하는 의사 직역들을 대표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의대협회는 현 상황을 의협 중심으로 해결하기를 기다려 왔습니다. 그러나 2024학년도 1학기를 넘기면서 의대협회가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을 하게 되었고 역할 모색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 교육기관인 의과대학을 의협이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과대학생들은 아직 면허를 가진 의사가 아니므로 의협에 속한 전공의, 기성 의사들과는 다릅니다. 또한 실타래처럼 꼬여져버린 학생 교육 문제의 해결을 의협에 의존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상황입니다. 전공의가 없는 수련병원을 지키고 있는 임상교수들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며 그 결과로 임상교육 현장의 부실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2024년 8월부터 의대협회는 공식, 비공식 간담회와 면담을 지속하였고 1학기에 휴학을 할 수 있도록 교육부를 설득하였습니다. 여당, 야당과도 접촉과 소통을 하였으며 의과대학학생협의회에게도 상황을 설명하면서 교육부, 보건복지부와 소통을 지속하였습니다.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의대협회는 여야의정협회체에서도 소통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설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계엄사태 이후에도 전공의의 병역문제를 풀기 위해 대한의학회, 국립의과대학병원협회, 사립의과대학병원협회,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수련병원협회와 함께 정부를 설득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의사 간의 불신은 깊었고 협의를 위한 매순간마다 양측이 서로를 믿지 못해 진전을 이루지 못한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하였습니다.

2025학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2월 한달 동안 의대협회는 절박한 심정으로 더욱 동분서주하였습니다. 1학기에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2년째 의사 배출 중단으로 의사양성 체계는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며, 2026년에 3개 학년이 함께 1학년을 맞이하게 되어 의과대학은 도저히 교육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2024학번과 2025학번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그 이상은 일선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학·원장으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의대협회는 올해 2월부터 3월 초가 탄핵정국에서 교육부가 문제해결의 열쇠를 지닌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의대협회는 이사회, 학·원장회, 총회를 통해 다음 3가지를 결의하고, 2월 24일 정부에 공문으로 요구하였습니다. 2월 24일 개최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학·원장 간담회에서도 간곡히 요청하였습니다.

(1) 2026년 의과대학 모집인원은 2024년 정원 3,058명으로 한다.
(2) 2027년 이후 의대 총정원은 의료계와 합의하여 구성한 추계위원회에서 결정한다.
(3) 교육부는 의학교육의 질을 유지 및 향상하기 위해 의학교육 관련 제도, 행정, 재정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또한 의대협회는 학생복귀와 교육정상화를 위해 정부, 국회, 의료계 및 교육계 주요 인사를 만났습니다. 2월 6일 국회 교육위원장(김영호 국회의원)과 보건복지위원장(박주민 국회의원)을, 2월 13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2월 22일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 이해우 동아대학교 총장)을, 2월 27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을 만나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현재 대통령 권한 대행을 중심으로 한 정부 회의체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무조건 낙관적이지 않습니다만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의대협회는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사들도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듯이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도 우리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면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을지를 자신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집인원을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의 총장들이 동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의과대학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의대협회는 교육부 장관을 비롯하여
대한의사협회 회장, 의총협 회장에게 결단을 요청드렸습니다.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은 학생 여러분에게 간곡하게 호소합니다.2025학년 1학기에 학생들이 복귀해야 합니다. 올해는 정상적인 학사가 이루어져야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부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협상하고 협의하는 일은 의협과 관련 정책전문가, 학문 단체, 관련 협회에게 맡겨야 합니다. 의대협회도 의협과 함께 추계위원회를 합리적으로 구성하도록 힘을 실을 것입니다. 24, 25학번의 교육뿐 아니라 의대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교육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입니다. 의사양성에 국가의 지원이 필요함을 각인시키고 의학교육의 일정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년 간의 여러분의 희생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의대협회가 정부를 설득하겠습니다.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고 모두 함께 학교로 돌아오길 호소합니다. 여러분이 떠날 것을 결정한 순간이 있었듯이 지금은 돌아올 것을 결정할 순간이라고 믿습니다.

2025년 3월 3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장 정연준,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장 구본대, 강원대학교 의과대학장 류세민, 건국대학교 의과대학장 조영일,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장 구훈섭,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장 이병헌,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장 강윤식,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장 허영범,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장 백원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장 편성범, 고신대학교 의과대학장 박무인, 단국대학교 의과대학장 송일한,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장 김지언,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장 이관, 동아대학교 의과대학장 김종국,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장 조원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장 김정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장 이주흥,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장 백무준,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장 박태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장 최재영,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장 김장영, 영남대학교 의과대학장 원규장,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 임영석,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장 김민선,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장 유승민,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장 강덕희,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장 최석진,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장 이훈재,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장 윤웅,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장 권근상,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장 김영리,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장 안영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장 김미경,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장 윤호,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장 김정란,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장 신동익,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장 유경호,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장 박훈기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72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