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타링크 끊으면 우크라 재앙…트럼프, 젤렌스키에 '잔인한 복수'

본문

17410718464016.jpg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충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광물협정 노딜’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지원을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무기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크라이나는 전쟁 수행 능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계속 펼쳐지는 형국이다.

3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관계자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추구하고 있고, 우방국도 그에 따라야 한다”며 “우리의 (무기) 원조가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WSJ)은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이 멀었다’는 젤렌스키의 말에 분노했다”며 “(젤렌스키는) 미국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트럼프 입장에선) 그래서 ‘시위’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1741071846563.jpg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유럽 정상들의 비공식 정상 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미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무기뿐 아니라, 항공기·선박으로 운송 중인 무기 및 폴란드 등 제3국에서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물자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a 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입증할 때까지 모든 군사원조를 중단키로 했다”고 이날 전했다.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선 미 당국의 추가 설명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당국자는 “젤렌스키가 광물협정에 서명하는 것만으로 무기 지원 조건이 충족될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서방 정보당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가 올해 중반까지는 러시아와 전쟁을 치를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국고로 국방비의 55%를 조달하고, 나머지는 유럽(25%)과 미국(20%)이 보조하고 있다.

유럽이 미국이 중단한 무기 지원의 일정 부분을 메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유럽이 미국을 대신해 방공시스템, 지대지 탄도미사일, 항법시스템, 장거리 로켓 등 첨단 무기를 제공하긴 어려워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지상전에서 위력이 큰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은 미국만 지원할 수 있는 무기다.

유럽의 무기 재고 상황도 여의치가 않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전쟁이 3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유럽의 무기 생산 능력이 소비를 못따라가고 있다"며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장 올여름이 고비"(마이클 코프먼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란 지적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정보 제공 및 공동 훈련 중단 같은 추가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인공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안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광물협정 초안을 우크라이나가 거부한 직후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 사이에 스타링크의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이 협상테이블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만일 스타링크 지원이 중단되면 우크라이나군은 각종 작전에서 치명타를 입게 된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무인기) 공격 및 포격전에서 적의 위치(좌표)를 확보하는데 필수이기 때문이다. 북한군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에 몰살당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도 스타링크를 통한 실시간 전장 상황 파악 덕분이었다. 러시아군의 ‘재밍’(jamming, 전파방해) 공격도 스타링크에는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17410718467159.jpg

우크라이나군 장병이 스타링크 위성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Ukraine Military Center

폴리티코 유럽판은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계속 제공할지는 불확실하다”며 “유럽은 스타링크를 대신할 통신체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스타링크 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영국계 저궤도 광대역 위성 서비스인 ‘원웹(One Web)’이 유력하다.

하지만 스타링크가 7086기의 위성을 운용하는 것에 반해 원웹은 648기의 위성을 띄운 상황이어서 우크라이나군이 군사적으로 활용하기엔 제약이 크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운용 위성 수 차이가 너무 커서,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하는 만큼 촘촘한 서비스를 기대하기가 힘들다”며 “음영 구간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드론 및 포격 공격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또 “미국의 군사지원 중단이 길어질 경우, 무기도 무기지만 탄약 부족으로 전선에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종전 협상에서 불리해질 게 명확하다 보니, 젤렌스키 대통령도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 "이게 우리 정장이고 품격이다"…젤렌스키 복장 조롱 때린 우크라

  • 美 이번엔 '젤렌스키 교체' 겁박…발끈한 유럽, 대안이 없다

  • 젤렌스키 지원했던 日, 트럼프와 충돌하자 "어느 편도 아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747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