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 사람 오래 남지 못할 것"…트럼프, 젤렌스키 교체론 또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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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계속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 교체론의 공론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한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기사를 올린 뒤 “이는 젤렌스키가 한 최악의 발언”이라며 “미국은 더는 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람(this guy)은 미국의 지원이 있는 한 평화(협정)는 원치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개 충돌 이후 지금까지 제공해 온 군사 원조를 멈추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 CNN 등 복수의 매체가 이날 미 정부 고위 당국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종전 합의 매우 빠를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교체 가능성을 노골화했다. 이날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의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대미 투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와 관련해 “합의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매우 빠를 수도 있다”며 “아마도 누군가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오래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등 실질적인 안전 보장 없는 휴전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살벌한’ 경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놓고 열린 미ㆍ러 고위급 협상 직후 가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러시아가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대선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물음에 “러시아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하는 얘기”라고 했다. 대선을 통한 젤렌스키 정권 교체론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휴전 협정을 계속 거부할 경우 ‘교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백악관 “시간은 젤렌스키 편 아냐”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젤렌스키는 평화를 이야기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문제는 시간이 젤렌스키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국민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으며 미국의 무기와 탄약도 무제한적이지 않다”고 했다. 특히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맺는다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하느냐, 아니면 다른 우크라이나 지도자와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난 금요일(2월 28일) 일로 불투명해졌다”고 답했다.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평화 협정과 정권교체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의미로 풀이됐다.
일각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빠진 상태에서 휴전 협상을 한 뒤 우크라이나에서 대선을 치러 새 지도자가 뽑히면 그와 함께 평화 협정에 서명하는 시나리오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는 것과 비례해 러시아와의 밀착은 급속도로 진전되는 분위기다. 대(對)러시아 제재 완화 리스트 초안을 마련하라는 백악관 지시로 국무부ㆍ재무부가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미 당국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ㆍ러 간 종전 협상에서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김주원 기자
휴전 협상과는 별개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 체결을 희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여전하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양국의 광물협정은 끝장난 것인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과 방위산업 등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희귀광물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광물협정에는 여전히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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