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로 TSMC 146조원 투자 끌어왔다”는 美, ‘인텔 구하기’도 맡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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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투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웨이저자 TSMC 회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대규모 현지 투자를 추가하는 모양새다.

이날 백악관에서 웨이저자 TSMC 회장과 면담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발표로 TSMC의 대(對) 미국 투자는 모두 1650억달러가 된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TSMC가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바이든 정부에서 TSMC는 60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며 “TSMC가 이번에 미국에 투자한 것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조금보다 관세로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TSMC는 2020년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팹)을 지으며 총 650억 달러를 투자해 팹 3개를 짓기로 했다. 현재 가동 중인 1공장은 최근 4나노(㎚, 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 칩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2공장은 2027년부터 3나노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TSMC는 이번에 1000억달러 추가 투자를 통해 반도체 팹 3개와 첨단 패키징 공장 2개, 연구개발(R&D) 센터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의 추가 투자를 대만의 정치적·경제적 이해를 고려한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대만의 안보 문제가 있는데다, 인텔과 협력하라는 압박까지 커지는 상황에서 TSMC가 대규모 투자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을 살리기 위해 TSMC에 공장 인수 또는 기술 합작 등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TSMC는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삼성전자는 370억달러(약 54조원),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약정한 바 있다. 삼성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가 투자 압박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준비 중이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인 인텔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변수다. 미국 기업 중 유일하게 첨단 공정 기술력을 갖춘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는 삼성전자와 직접 경쟁하는 관계인데, 바이든 행정부에선 인텔을 대놓고 밀어주는 분위기였다. TSMC나 삼성전자의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유치하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대해 인텔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최근 인텔 전직 이사 4명은 포춘지 공동 기고문을 통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외국 기업에 집중시키면 (TSMC의) 독점에 가까워져 미국 기술 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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