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 줄어든 지게차 기사…“바짝 벌자” 3시간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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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스팟워커’ 시대

지게차 운전사 김모(29세)씨는 코로나19 이후 일감이 줄며 ‘급구’와 ‘당근알바’ 같은 앱을 통해 하루에 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당일 비어있는 시간에 돈을 바짝 벌 수 있다. 1년 반 동안 300개 정도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스팟워커’(Spot+Worker의 합성어)가 늘고 있다. 김씨처럼 ‘짧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근로자를 뜻하는 말이다. 한두 달 일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나 프리터족(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보다도 더 짧게 하루에 3~4시간 정도, 1주에 한두 번 ‘틈새’ 일을 한다.

일본에서 스팟워커가 많이 찾는 ‘타이미’ 앱에는 음식점 서빙, 이벤트회사 행사 도우미, 아이 돌봄, 사무직 서류 처리 등 다양한 일자리 공고가 올라와 있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기보다는 다양한 현장에서 시간당 근로를 제공하는 형태가 많다. 타이미는 지난해 12월 가입자가 1000만 명이 넘었다. 스팟워커가 증가하며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공모가 기준으로 1380억엔(약 1조3400억원)에 달하는 ‘몸값’을 받으며 증시에 입성했다. 일본 스팟워크협회에 따르면 타이미를 포함한 중개업체 4곳의 등록인원은 2500만 명을 넘는다.

한국에서도 급구·당근알바·데일리알바 등 초단기 일자리 중개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 급구를 통해 거래된 일자리는 2017년 1만2480개에서 2024년 335만5000개로 300배 이상 급증했다.

공식통계(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된다. 대표적으로 15시간 미만으로 짧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2017년 96만 명에서 2024년 174만2000명으로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부업을 하고 있다’고 답한 근로자 수도 2017년 41만9000명에서 지난해 62만4600명으로 1.5배로 증가했다. 역대 최대다. 시간관련추가취업가능자도 같은 기간 57만1000명에서 77만6000명으로 늘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이들은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면서 추가로 일하고 싶다고 답한 근로자인 만큼 일종의 ‘잠재적 스팟워커’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팟워커 증가 배경으로는 ‘내가 원할 때 일하겠다’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의 성향이 꼽힌다. 급구를 운영하는 니어의 신현식 대표는 “가입자 연령대를 보면 20대가 49.2%, 30대가 22.78%로 2030이 주 고객층”이라며 “과거에는 아르바이트 일정이 우선이었다면 최근 젊은 근로자들은 자신의 일정에 아르바이트를 맞추는 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스팟워커가 늘어나는 게 고용시장 침체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정규직 상용 일자리 문호가 좁아지면서 단기 일자리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경직적인 국내 노동법의 ‘풍선효과’라는 지적도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사업주들은 주휴수당 등을 주지 않아도 된다”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주 52시간 제한을 피해서 돈을 더 벌려고 스팟워커 일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법 논의가 ‘정규직’과 ‘전통적인 근로자’ 보호에 집중되면서, ‘스팟워커’처럼 새로운 형태의 근로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를 보호할 법체계 개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고, 공정거래법 등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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