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컬처 ‘폭풍성장’ 시작됐다…1995년에 도대체 무슨 일이
-
2회 연결
본문

국내 케이블 TV는 1995년 3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24개 채널로 출범한 케이블TV는 시청자의 선택지를 대폭 늘렸다. [중앙포토]
케이블TV, CJ ENM, SM엔터테인먼트, 인디 음악, 뮤지컬 ‘명성황후’…
올해 30주년 이란 수식어가 붙은 한국 문화 기업이나 장르, 작품명이다. 1995년에 시작해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이어온 동시에 한국 문화계의 한 축을 차지하는 용어들이다. 그만큼 1995년이 한국 문화 전반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해라는 뜻이기도 하다.
1995년 케이블TV가 출범하며 시청자의 선택지가 대폭 늘었다. 영화·음악·드라마 전문 채널 등 당시 24개 채널이 만들어졌다.
케이블TV 개국은 우선 시청자 눈높이를 높였다. ‘프렌즈’ ‘CSI’ ‘섹스 앤 더 시티’ 등의 시리즈물이 큰 인기를 끌면서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이 불었다. 이 영향으로 시즌제 콘텐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점은 tvN ‘막돼먹은 영애씨’(2007)였다. 17개 시즌까지 방영한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로 방영횟수는 301회에 이른다.

아이돌 시대를 열어젖힌 SM엔터테인먼트.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후 2012년 시작된 ‘응답하라’ 시리즈는 복고 열풍을 일으키며 최고 21.8%(‘응답하라 198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케이블 TV 채널 개국 이후 미드가 인기를 끌며 시청자 눈높이를 끌어올렸고 이는 국내 드라마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라며 “1990년대 이렇게 뿌려진 씨앗이 2000년대 이후 결실을 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문화산업 진출도 이뤄졌다. 1995년 5월 1일, 당시 제일제당은 영상 산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같은 해 8월 1일 제일제당 내에 ‘멀티미디어사업부’가 신설됐다. CJ ENM의 전신이다.
CJ ENM은 영화 분야에서 ‘공동경비구역 JSA’(2000), ‘설국열차(2013)’ 등 흥행작을 잇달아 탄생시켰다. 2020년엔 ‘기생충’(2019)으로 오스카 작품상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까지 케이블 TV는 기존 공중파 방송의 재방송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tvN은 다양한 자체 제작물을 선보이며 한국 콘텐트의 질적 개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라며 “Mnet의 경우 90년대 뮤직비디오 붐을 주도하고 이후 경연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으며 성공적인 케이블 채널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연 프로그램 붐을 일으킨 MNet도 1995년에 각각 출범했다. [연합뉴스]
1995년은 K팝에도 중요한 해였다. 그해 2월 14일 설립된 SM엔터테인먼트는 이듬해 H.O.T.를 시작으로 S.E.S.와 신화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아이돌’ 시대를 열어젖혔다. ‘세대’로 아이돌을 나눌 때 각 세대 대표 그룹엔 늘 SM 소속 가수들이 있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의 초석을 놓은 것도 SM이었다. 지난 1월 열린 ‘SM타운 라이브 2025’는 1세대 아이돌부터 4세대와 5세대 아이돌 선두 주자로 꼽히는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이 대거 참여하며 지난 30년간 K팝을 이끌어온 SM의 발자국을 고스란히 담기도 했다.
한국 인디 음악도 올해 30살을 맞았다. 가요계는 1995년 4월 5일 홍대 클럽 ‘드럭’에서 열린 커트 코베인(밴드 너바나의 보컬) 추모 1주기 행사를 한국 인디 장르 태생으로 본다. 이때 크라잉넛을 비롯해 노브레인, 언니네 이발관, 삐삐밴드 등 개성 넘치는 팀이 나와 인디 무대는 물론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이 해엔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의 초연도 있었다.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인 1995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공연을 한 뒤 뉴욕·런던 등의 무대도 밟았다. 현재 30주년 공연을 진행 중이며 국내 창작 뮤지컬 최초로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1995년에 나타난 다양한 문화 현상의 배경에 대해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1993년 문민정부 시대 출범과 경제 호황, PC 통신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당시 ‘X세대’를 중심으로 문화 소비 욕구가 커졌다”며 “1995년은 K-컬처의 기틀을 마련한 해라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다만 K-컬처 흐름을 이어가려면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최근 K-콘텐트의 웹툰 원작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신선함과 활력이 점차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산업적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향력 확대에도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도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