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글러브 4개 챙긴 KT 황재균 “1루수? 외야수? 다 자신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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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거듭난 프로야구 KT 베테랑 황재균. 스프링캠프 기간 중 내·외야를 오가며 여러 개의 글러브를 사용했다. [사진 KT 위즈]
프로야구 KT 위즈의 베테랑 야수 황재균(38)은 요새 글러브를 4개씩 챙겨 다닌다. 기존 3루수 글러브 외에도 2루수와 유격수를 같이 볼 수 있는 내야 글러브, 1루수 미트, 그리고 외야수 글러브 등 4개다. 호주와 일본을 거치는 스프링캠프 내내 그랬다.
황재균이 이렇게 글러브를 여러 개 챙기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살아남기’ 위해서다. KT가 지난겨울 스토브리그 기간에 두산 베어스의 주전 3루수 허경민(35)을 영입했는데, 황재균으로서는 큰 변화의 계기가 됐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3루수 자리를 내주게 됐고, 내야의 다른 포지션 및 외야수까지도 겸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제 30대 후반의 나이를 생각하면 분명히 달갑지 않은 변화다. 그럼에도 황재균은 자신감 없는 표정은 보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최근 만난 그는 “(3루수를 빼고는) 원래 자리가 아니라 분명 어려움은 있다. 앞으로도 계속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결국 내가 내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게 프로다. 개막전에서 어떤 포지션을 맡을지 모르겠지만, 선발로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황재균은 입단 초기와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좌익수를 잠시 맡던 때를 빼고는 사실 3루수로만 뛰었다. 2018년 KT로 이적한 뒤로는 지난 시즌까지 7년간 핫코너를 책임졌다. 프로 통산 3루수로 소화한 수비 이닝이 1만5512와 3분의 2이닝이다.
이강철(59) KT 감독은 올 시즌 KT의 3루를 이적생 허경민에게 맡길 참이다. 이 감독 입장에서 황재균에게 1루를 맡기면 교통정리가 쉽지만, 1루에는 문상철(34), 오재일(39)이라는 주전급 야수가 버티고 있다. 나머지 포지션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 이 감독은 사실상 포수와 3루수 자리를 뺀 모든 자리를 열어놓고 황재균을 테스트하기로 했다.
허경민의 이적 때부터 황재균은 포지션 변화를 기정사실로 하고 일찌감치 마음의 준비는 마쳤다. 반응속도를 높이기 위해 겨우내 10㎏ 가까이 살도 뺐고, 무엇보다 글러브도 다양하게 갖췄다. 특히 외야수 글러브는 이종범(55) KT 외야·주루코치를 통해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로부터 선물 받아 화제가 됐다.
황재균은 “유격수나 2루수, 또 외야수까지 보려면 몸이 가벼워야 한다. 확실히 살을 빼니까 효과가 있다”며 “다행히 외야는 큰 거부감이 없다. 많이는 아니어도 간간이 맡았던 기억이 있어서 빨리 적응하고 있다. 다른 내야 포지션도 경기를 치르면서 감각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내가 어디서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감독님이 결정할 일”이라며 “나는 내 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어떤 경기, 어떤 상황에서도 내 가치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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