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몇명이 더 쓰러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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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 상무전에서 그라운드에 누워 있는 FC서울 공격수 린가드(오른쪽)가 [연합뉴스]

지난 3일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에서 나온 유효슈팅은 양 팀을 합쳐 3개뿐이었다. 추운 날씨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제대로 된 슈팅조차 나오지 않은 경기에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만 탓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졸전의 숨은 범인 중 하나가 울퉁불퉁 푹푹 파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논두렁’ 잔디였다. 체감온도 영하로 떨어진 가운데 그라운드 바닥마저 얼어 ‘빙상 잔디’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중간중간 훼손된 잔디를 복구하기 위해 발로 밟아가며 경기하던 잉글랜드 출신 서울 공격수 제시 린가드는 방향 전환 도중 패인 잔디에 축구화가 걸려 발목을 심하게 다칠 뻔했다. 린가드는 4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곳곳이 패인 축구장 잔디를 골프장에 비유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유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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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가드는 곳곳이 패인 축구장 잔디를 골프장에 비유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사진 린가드 SNS]

울산 HD가 참가하는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6월 15일~7월 13일) 일정 등을 고려해 역대 가장 이른 지난달 15일 K리그1이 개막한 여파도 있다. 지난여름 무더위가 극심하고 길었던 탓에 잔디가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고 뿌리가 자리 잡을 시간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사방이 지붕으로 막혀있어 구조적으로 일조량이 부족하고 통풍이 안 된다.

‘한국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지만, 정작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도 유치할 수 없는 신세다. 대표팀은 오는 20일 고양종합운동장,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치른다. 서울월드컵경기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북 현대는 오는 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른다. 잔디 상태에 불합격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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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김천전 도중 곳곳이 패인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 [연합뉴스]

서울 미드필더 기성용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공연장 대여 등으로) 80억원을 벌어서 (잔디 관리에) 2억원만 썼다고 들었다. 해외에도 중계가 되는데 어떻게 대표팀 경기를 그런 잔디에서 할 수 있나”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지난해 1~8월에 축구 경기와 임영웅 콘서트 등 행사 대관 수입은 약 82억원이었고, 잔디 관리비 지출은 약 2억50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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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듯한 일정 탓에 개막을 앞당긴 프로축구 K리그가 시즌 초반부터 ‘논두렁 잔디’ 논란에 휩싸였다. [뉴스1]

관리 주체인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021년 10억원을 들여 천연잔디와 인조잔디를 95대 5로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를 깔았다. 한여름 폭염과 한겨울 한파가 반복되는 기후 조건 탓에 잔디 관리가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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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김천전 도중 곳곳이 패인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 [연합뉴스]

잔디 관리업체 왕산그린 이광군 대표는 “유럽과 중동은 잔디가 잘 생육하는 봄·가을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축구장에서 에어컨을 틀고 햇빛이 안 드는 곳에는 인공 채광기를 설치한다”며 “그들처럼 돈을 쓰는 게 단순한 해결책이지만, 국내 여건상 예산 감당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홈구장인 김기동 서울 감독은 “유럽처럼 잔디 아래에 열선이 깔렸다면 겨울에 시즌을 해도 상관없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유럽처럼 가을에 시즌을 개막해 봄에 끝내는 ‘추춘제’ 전환과 함께 시설에 투자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 J리그는 내년부터 추춘제로 전환하면서 대대적인 시설 투자에도 나섰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일본 J리그 사무국은 추춘제 전환을 위해 100억엔(약 97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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