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생뚱맞은 나라"…英·佛 분노 부른 美부통령의 거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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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추진 중인 영국·프랑스 등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을 ‘생뚱맞은 나라(random country)’로 지칭해 해당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긴급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부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은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 체결' 문제와 관련해 "30~40년 동안 전쟁을 치른 적 없는 생뚱맞은 나라에서 2만명의 군대를 파병하는 것보다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에는)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밴스 부통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를 지칭하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구성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주도하는 영국과 프랑스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두 나라 모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 미국의 동맹국으로 파병한 적이 있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조차 4일 “밴스는 틀렸다. 정말 틀렸다”며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정확히 같은 기여를 하며 미국의 편에 섰다”고 반박했다. 참전 경험이 있는 영국군 예비역 장성들도 밴스가 2005년 이라크 전에 비전투사병(공보)으로 파병된 것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더선에 따르면 이들은 “밴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완전히 (우리에게) 불명예스럽다”는 등의 비판을 했다.
프랑스군 대령 출신인 미셸 고야도 엑스(X·옛 트위터)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함께 전사한 영국과 프랑스 군인들이 밴스의 말에 반발해 무덤에서 돌아눕는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폭스뉴스 캡처
논란이 커지자 밴스는 4일 X에 글을 올려 “지난 20년간 미국과 함께 용감하게 싸워온 영국이나 프랑스에 대해서는 인터뷰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말해서 전쟁 경험도 없고 의미 있는 일을 할 만한 군사 장비도 없는 자원봉사 국가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비공개로 파병 의사를 밝힌 캐나다·노르웨이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밴스 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이 분쟁을 끝내려고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몰아세운 뒤 미국과 우크라이나 회담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당시 일부 외신은 “밴스 부통령의 존재감이 취임 이래 가장 빛났다”며 “이 나라의 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4일 프랑스 의회 연설에서 “밴스 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바로잡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모든 동맹국의 참전용사들을 존중하며, 당연히 우리 참전용사들도 존중 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JD 밴스 미국 부통령. EPA=연합뉴스
영국과 프랑스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군대를 파견했다. 영국은 2021년 철군 전까지 20년간 15만명 이상의 장병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다. 영국은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도 참전했다. 영국군 600명 이상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했다. 프랑스군도 90여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유일한 강대국”이라면서도 “밴스의 발언은 두 나라가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유럽 평화 계획을 지지하도록 트럼프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직면한 도전 과제를 강조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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