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은혁' 유탄 맞은 '마용주…

본문

1741205975411.jpg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임명이 두 달 넘게 표류하면서 대법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 벌어진 여야 충돌에 마용주 후보자도 덩달아 대법관 임명장을 받지 못하면서다. 마용주 후보자는 석 달째 대법원에서 200m 떨어진 서울중앙지법 등기국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하며 발령 대기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은혁 딜레마’ 유탄 맞은 마용주…2개월 넘게 임명 보류

마용주 후보자(사법연수원 23기)는 지난해 12월 27일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2개월 넘게 미임명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26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의해 임명 제청됐다. 계엄 후폭풍 속 12월 12일 윤 대통령이 국회에 마용주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고, 청문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만 임명했다. 당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하면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도 임명하지 않았다.

임명이 보류된 이유에 대해선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당시 최 대행은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 보류와 관련해 “여야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밝혔으나 마용주 후보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 후보자는 임명 동의 과정에서 별다른 쟁점도 없었다. 그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까지 지내 상고심 재판에 해박한 대표적 ‘정통 엘리트 법관’으로 평가받았다.

17412059755604.jpg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마은혁 후보자 임명 논란이 대법원에 불똥이 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첨예하게 얽힌 ‘마은혁 임명’ 변수가 여야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 대행이 마은혁 후보자를 떼 놓고 마용주 후보자만 임명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두 후보자 모두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가 형식적·요식적 행위인지 적극적·실질적 권한인지’라는 쟁점을 공유하고 있다.

관련기사

  • 최상목 대행, 마용주 대법관 임명 검토…권영세 “조속히 임명해야”

  • [단독] 최상목, 마은혁 임명 오늘 안할듯…반대 많으면 더 미룰수도

당초 최 권한대행 측에서는 마용주 후보자만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한 걸로 전해졌다. 이에 법원에서도 기대감을 가지고 최 대행의 결정을 기다렸으나,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선고 이후에도 최 대행의 장고가 계속되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마용주 후보자는 대통령이 탄핵 전 직접 임명권을 행사했고, 이후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 마은혁 후보자와는 차이가 있다”며 “역량 있는 인물을 몇 달간 재판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건 큰 낭비”라고 지적했다.

600여건 사건 적체…3주째 등기국 사무실로 출근

17412059757136.jpg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선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지급 시점 기준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 장애인 접근권 방치의 국가 책임 여부, 친일재산귀속법 관련 사건 관련 선고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며 대법원 심리는 차곡차곡 적체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4년 대법관 1인당 사건 처리 수는 4577건이다. 대법관 1명이 하루 평균 12.6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대법원은 마 후보자 임명이 지연된 동안 600~700건의 사건이 적체된 걸로 보고 있다.

전임 김상환 전 대법관이 주심을 배정받아 가지고 있던 사건은 그대로 심리가 멈췄다. 새로 들어온 사건(신건)은 나머지 11명의 대법관이 나눠 맡고 있다. 4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 2부는 3명 체제로 가동 중이다. 단순한 사건은 3명이 심리할 수 있지만, 추가 논의가 필요한 주요 사건들은 심리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전원합의체 선고 역시 멈췄다. 전원합의체는 법원조직법상으로는 법관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되지만, 전원합의체의 상징성을 고려해 마 후보자 임명을 기다려온 게 아니냐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17412059758615.jpg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제59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마 후보자의 거취 역시 허공에 붕 뜬 상태다. 서울고법 형사1부를 맡고 있던 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인사청문 절차에 들어가면서 재판에서 배제됐다. 이후 대법원 산하 사법발전재단에 사무실을 꾸리고 청문회를 준비했지만, 임명 보류가 기약없이 길어지자 사무실을 반납했다. 지난달 17일부터는 대법원에서 약 200m 떨어진 서울중앙지법 등기국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고 한다. 연차를 일부 소진한 마 후보자는 대법원 판결 등을 들여다보며 재판 투입에 대비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대법원에는 국민 민생과 국가경제에 직결된 사건, 하급심 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들어온다”며 “대법관 공백으로 이들 사건 처리 지연되면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31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