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학기인데, 교사들 봄소풍 기피 확산…"법적 책임 부담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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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지난 4일 울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 1학년 어린이가 등교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최근 법원이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 사고에 대해 교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교사들 사이에서 신학기 봄 소풍으로 불리는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대부분의 교사는 학교안전법 시행령 개정 전까지 현장체험학습을 보류할 뜻을 밝혔다.
울산교장협의회 조사 "62% 보류, 32% 수정 시행"

교총 "체험학습 사고 인솔 교사 유죄 판결 유감". 연합뉴스
6일 울산초등교장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울산지역 초등학교 121곳 중 10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2%(63곳)가 학교안전법 개정 전까지 현장체험학습을 보류하겠다고 응답했다. 32%(33곳)는 교육과정에 꼭 필요한 경우, 인솔 교사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수정 시행'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반면 현장체험학습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곳은 6%(6곳)에 불과했다. 울산교사노조가 지난달 말 진행한 유사한 조사에서도 울산지역 초·중·고 교사 386명 중 81.5%(314명)가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선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모습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북교사노조가 최근 도내 초·중·고 교사 13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86%(1199명)가 현장체험학습 실시를 반대했다. 이 가운데 45.7%(637명)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강경한 의견을 냈다. 같은 기간 강원지역 교사노조 조사에서도 유치원·초·중·고 교사 547명 중 94.3%(516명)가 "현재 시스템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안전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세종교사노조 역시 비슷한 기피 의견을 발표했다.
교사 9692명 중 96.4% "교사와 학생 안전확보 어려워"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전국 교사 9692명을 대상으로 현장체험학습 안전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96.4%가 현재 시스템에선 교사와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이유는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 1월 춘천지법은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학생 사망 사고에 대해 담임교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교사들 사이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이 과중하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학교안전법 시행령 기준 모호"

경기 수원 팔달구 화성행궁으로 현장체험학습 나온 학생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6월 21일 개정 시행 예정인 학교안전법은 학교 밖 교육활동 시 안전요원 배치를 의무화하고, 고의나 중과실이 없고 법에 따른 안전 조치를 이행한 경우 교사와 학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여전히 시행령 내 안전조치 기준이 모호하다며 보다 명확한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충북교사노조는 성명을 통해 "학교안전법 시행령이 교사의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조치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학생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교육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찾아오는 체험학습'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울산초등교장협의회 관계자는 "신학기부터 시행령 발표 전까지 학생과 교사의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현장체험학습을 보류할 것을 권장한다"며 "6월 시행령 발표 후 추가 협의 및 설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주부 송지혜(38·울산 남구)씨는 "소풍은 전통적인 학습방법 중 하나이고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을 주는 교육이다"며 "선생님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법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 아이들이 소풍을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선생님들에게 지나치게 법적 책임을 묻는 건 결국 현장 활동을 위축시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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