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재 감시자 없었던 부산 반얀트리, 소방설비도 도면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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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부산소방과 경찰 소속 조사관들이 지난달 16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신축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6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화재는 화재감시자 없이 작업이 이뤄지던 중 튄 불똥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 내부에 설치된 소방 설비가 설계 도면과는 달랐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현장 관리 부실은 물론 사용 승인이 난 배경을 확인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화재 위험 작업장에 ‘감시자’ 없었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달 14일 발생한 반얀트리 호텔 화재와 관련해 “B동 지상 1층 PT룸(배관 유지ㆍ관리를 위한 공간)에서 작업 중 튄 불똥에 의해 지하 1층 상단부 배관 보온재 등을 매개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6일 밝혔다. 배관 보온재는 난연성 발포 폴리에틸렌이었다고 한다. 당시 지상 1층에서 이뤄지던 작업이 용접인지, 이곳에서 일어난 불똥에 어떻게 지하 1층 천장 쪽에서 불이 났는지에 대해 경찰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작업이 이뤄지던 지상 1층에 화재감시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감시자는 용접 등 불씨가 튈 수 있을 만한 작업이 이뤄지는 곳에서 공정을 직접 지켜보며 화재 상황에 대비하는 업무만 맡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감시자 역할에 별도의 자격증은 필요하지 않으며, 작업자 중 선임하는 식으로 지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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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 인근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 사고로 숨진 6명은 모두 지상 1층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8층 등 호텔 각층에서 작업 중이었으며, 자재를 가지러 지하층에 왔던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들 6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곳을 비추는 CC(폐쇄회로)TV는 불에 타 영상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화재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대피하기 위해 1층에서 내렸다가 빠져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에 주목하며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소방 시설 미비, 사실로 확인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용 승인을 받았음에도 이 현장엔 소방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았고, 다수의 스프링클러가 마개 등으로 막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 도면과 비교하며 B동 지상 1층과 지하 1층 현장을 직접 둘러본 경찰은 화재 감지기와 통로 유도등, 시각 경보기 등 실제로는 설치되지 않은 소방시설이 다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불이 번지는 속도를 늦춰 대비 시간을 벌어줘야 할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또한 중점 수사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프링클러는 72도 이상의 열을 감지하면 마개 등이 터지면서 물을 뿜어내는 식으로 작동된다. 겉보기에는 고온을 감지한 이들 마개 등이 터진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스프링클러가 실제로 물을 뿌리는 등 작동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두 차례, 이달 들어 한 차례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인허가 기관인 기장군, 감리업체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10여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출국금지 된 이들은 그보다 좀 더 많다. 다만 공무원 중에선 아직 입건된 이들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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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은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신축 공사장 화재와 관련해 피해자 유족들이 지난달 22일 부산 기장군 화재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와 관련한 진상 규명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유족 “철저한 규명, 재발 대책을”  

시공사 측은 지난달 27일 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도 알려졌다. 이에 지역 사회에선 건설 경기 타격 등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고로 아버지(64)를 잃은 유족 A씨는 “동정여론으로 인해 혹시라도 수사 동력이 떨어질까 봐 걱정스럽다. 원인 규명과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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