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채소 다듬으면 1만원 상품권” 충북도 ‘일하는 밥퍼’ 사업 2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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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해 10월 충북 청주 두꺼비시장을 찾아 일하는 밥퍼 참여자와 마늘 꼭지 따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마늘·더덕 다듬기 참여하면 봉사 수당
채소 다듬기 등 2시간짜리 작업에 참여한 노인에게 상품권을 주는 충북 ‘일하는 밥퍼’ 사업이 대폭 확대된다.
6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경로당과 전통시장 등 66곳에서 시행 중인 일하는 밥퍼 사업을 상반기까지 127곳으로 늘리고, 하루 참여 인원도 1100여 명에서 2200여 명으로 2배 확대한다. 이를 위해 일하는 밥퍼 사업단 운영비와 봉사 수당 예산 75억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하는 밥퍼가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일감을 맡긴 업체나 지역 기업·금융기관 등이 낸 지정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도·시군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하는 밥퍼는 60세 이상 주민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2시간·3시간 일하고 봉사 수당으로 1만원·1만5000원을 받는 사업이다. 수당은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참여자들은 전통시장 상인이 맡긴 마늘·더덕·고구마 순 등을 손질한다. 자동차부품을 조립하거나 케이블 타이 정리, 반려동물 사료 포장, 콩 분류 등 작업도 한다. 일하는 공간은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종교시설, 시장 내 빈 점포 등을 활용한다.

지난해 10월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에 있는 일하는 밥퍼 작업장에서 소윤호 육거리시장 상인회장(앞줄 오른쪽에서 3번째)이 참여자들과 함께 온누리상품권과 쪽파를 들고 웃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작업 40분 전부터 긴 줄” 일하는 밥퍼 인기
이 사업은 지난해 3월 청주 탑리경로당에서 첫선을 보인 뒤 전통시장, 장애인 사업장 등으로 점점 확대됐다. 작업장은 대부분 주 5회 운영한다. 참여자는 매일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윤상준 충북도 노인지원팀 주무관은 “작업 시작 40분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기가 있다”며 “그날 봉사 수당을 받아 장을 보거나, 끼니를 해결하시는 분이 많다”고 했다.
일하는 밥퍼 참여자는 거동이 불편한 70대~80대 고령자가 많다고 한다. 조성돈 충북도 노인복지과장은 “쓰레기 줍기나 경로당 청소 같은 노인일자리 사업조차 할 수 없는 노인이 일하는 밥퍼에 참여한다”며 “작업장에 나와 말벗을 사귀며 기분 전환이 된다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주민 박모(86)씨는 “집에서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고, 여럿이 모여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일하는 밥퍼가 ‘생산적 복지모델’로 자리를 잡으면서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올 초 경북도에 이어 지난달 26일 세종시 노인장애인과 관계자가 청주 서원노인복지관과 두꺼비 시장 등 사업 현장 방문했다. 서울시와 충남·경남도 등에서 정책 자료를 요청해 도입을 검토 중이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일하는 밥퍼는 취약계층의 사회참여를 유도하고, 그동안 복지수혜자에 머물렀던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이라며 “온누리상품권 활용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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