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쪽 시력 잃은 울산 독수리 96호, GPS 달고 다시 자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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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오른쪽 안구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구조된 독수리가 석 달간의 치료를 마치고 한쪽 시력 없이 자연으로 돌아갔다. 96번 번호표를 날개에 단 독수리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울산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97번 독수리. 사진 울산시
울산에서 오른쪽 안구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구조된 독수리가 석 달간의 치료를 마치고 한쪽 시력 없이 자연으로 돌아갔다. 이 독수리가 장애를 극복하고 야생에서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독수리 날개에는 위치추적기가 부착돼 있다.
울산시는 6일 태화강 삼호섬 하중도에서 96번, 97번 독수리 두 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독수리들 앞에 붙은 96번 97번 번호는 울산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구조 및 치료한 독수리 순서를 의미한다.

울산에서 월동하는 독수리. 연합뉴스
울산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는 독수리 방사에 앞서 독수리들 날개에 GPS 위치추적기와 번호표를 각각 부착했다. 오세영 구조관리센터 과장은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이유는 독수리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야생에서의 생존 방식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96번 독수리는 지난해 12월 울산 우가산 까치전망대에서 구조됐다. 발견 당시 오른쪽 안구가 파열된 상태였다. 이후 치료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한쪽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구조관리센터 관계자는 "오른쪽 시력이 없어 방향을 찾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이지만, 비행과 먹이활동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했다. 이에 김희종 구조관리센터장과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한쪽 시력을 잃은 독수리가 야생에서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와 96번 독수리 치료 과정의 적응력 등을 고려해 GPS 위치추적기 부착과 방사를 결정했다.
96번과 함께 자연으로 날아간 97번 독수리는 지난 1월 7일 태화강에서 탈진한 상태로 구조돼 두 달간의 치료·회복 과정을 거쳐 체중 9kg 독수리로 건강을 되찾았다.

울산 울주군 범서읍 상공에서 까마귀와 다투는 독수리.뉴스1
울산시는 자연으로 돌려보낸 독수리들이 다시 울산을 찾을지 지켜보고 있다. 2021년 봄 울산에서 구조돼 방사된 66번, 67번 독수리 가운데 66번 독수리가 그해 가을 울산으로 돌아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GPS 위치추적기 확인 결과 66번 독수리는 울산에서 몽골로 이동한 뒤 다시 먹이를 찾아 3400여㎞ 떨어진 울산으로 돌아온 것으로 분석됐다.
겨울 철새인 독수리는 매년 11월쯤 몽골에서 경남지역으로 날아와 활동한다. 울산에는 10여년 전쯤부터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한해 100마리 이상이 울산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울산에 오는 독수리들은 태어난 지 5년 미만의 어린 개체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먹이 먹는 요령이나 사냥 방법을 몰라 탈진하거나 굶어 죽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울산시는 소 지방과 돼지 내장 등을 먹이로 내어주며 독수리들의 월동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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