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없애야 한다"는 반도체법, 공화당서도 "전면폐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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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상ㆍ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 폐기론을 거듭 펴면서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이 법에 따라 미국에 각각 370억 달러(약 53조원)와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투자금의 11~13%를 반도체 보조금으로 받기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 지난해 말 계약했었다.
현재 미 상원은 전체 100석 중 공화당 52석에 민주당 48석, 하원은 전체 435석(공석 3석 포함) 중 공화당 217석에 민주당 215석이다. 양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인 만큼 법안 폐기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민주당과 의석 차가 크지 않고 공화당 내 적지 않은 의원이 전면 폐지에 반대하는 기류여서 현재로선 법안 폐기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회서 법안 폐기 가능성 낮아
공화당이 만일 당론으로 법안 폐기를 밀어붙이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상원에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설 경우 이를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60석에는 8석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5일 상원의 양당 중진 의원 사이에서도 법안 폐기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얘기가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반도체법은 미국이 첨단기술과 AI(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되찾는 데 필수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요구가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주원 기자
척 슈머 “민주·공화 법안 찬성 압도적”
슈머 원내대표는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의회에서 반도체법을 초당적 지지로 통과시킬 당시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많은 공장이 (반도체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는데 자금 지원을 폐지하면 프로젝트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법안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텍사스·인디애나·오하이오 등 반도체법 수혜 주(州)에 지역구를 둔 공화당 의원들도 폐지에 부정적이다. 공화당의 토드 영 상원의원(인디애나)은 반도체법을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성공 중 하나”라며 “트럼프 내각 후보자들로부터 공개석상에서나 사석에서 반도체법을 이행하기로 약속 받은 뒤 인준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주는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기지 건설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곳이다. SK하이닉스는 투자 대가로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다.
공화당 “법안 폐지 대신 일부 조정 가능”
영 의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끝난 뒤 백악관에 연락해 반도체 보조금 프로그램의 폐지 대신 개선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영 의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면 저는 거기에 열려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상원 재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크라포 상원의원(아이다호·공화)도 반도체법의 일부 조정은 가능하지만 전면 폐지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크라포 의원은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협상 중인 패키지 법안에 반도체법 폐기를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인텔과 대만 반도체 업체 TSMC가 반도체법에 따른 공장 증설을 약속한 애리조나주에 지역구를 둔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도 “보조금 지급에 차질이 없도록 트럼프 행정부의 법 이행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법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2022년 8월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연구·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총 527억 달러(약 75조 원) 규모의 보조금 및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처음 있었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지켜본 시청자는 총 3660만 명이었던 것으로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이 집계했다. 이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집권 후 첫 의회 연설(2021년 4월) 당시 시청자 2690만 명보다 3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첫 의회 연설(2017년 2월) 시청자는 4770만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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