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각칼로 희망 그리는 '꿈꾸는 겁쟁이' 이미애, 라온제 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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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온봄1-꿈꾸는 겁쟁이’, 91x116.8cm, 2025년.사진 이미애

회화에 도예기법을 적용, 독특한 화풍을 선보이는 작가 이미애(54)씨가 서울 삼청동 ‘라온제 갤러리’ 개관 작가로 초대돼 개인전을 연다. 그의 11번째 개인전이다. 오는 12일부터 4월 7일까지 열린다.

그의 모든 작품 제목은 ‘꿈꾸는 겁쟁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이기도 하다.

이씨는 자신만의 시각과 표현 방식으로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붓이 아니라 조각칼로 그림을 그린다.

색과 흙 등을 여러 겹 겹쳐 캔버스 위에 쌓고, 그 위에 불필요한 부분들을 조각칼로 수십 차례에 걸쳐 깎고 파낸다. 다층구조의 색채공간 위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원하는 형상을 얻는 도예의 박지기법(剝地技法)과 상감기법(象嵌技法)을 적용해서다. 그렇게 생긴 여백을 작가는 균질한 질감의, 동일한 이미지의 반복과 나열이라는 방식을 통해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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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선물같아-꿈꾸는 겁쟁이', 55x55cm, 2025년. 사진 이미애

원인 모를 바이러스 감염으로 6년 전 경험한 삶과 죽음의 경계는 이씨의 작업을 이끄는 힘이다. 끊임없는 조각칼 작업은 반복 재생되는 불안·분노·공포·무력감을 수없이 매만지며 희망의 질감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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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여서 꿈꾸는 겁쟁이,'116.8x72.7cm, 2025년. 사진 이미애

이씨는 “캔버스에서 걷어낸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꿈꾸는 겁쟁이’는 주변 존재에서 아픔을 극복하고 지엄한 권리와 존엄을 지닌 사람으로 당당하게 세상을 마주하는 주체적 인간이다.

이씨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성찰적 사유, 존재와 감각을 재발견하길 바란다. 작품에 등장하는 형상은 꽃과 새 그리고 나무로 단순하지만, 서정성 있는 서술적 구조다. 고요·단아함과 절제미가 느껴지는 균형 잡힌 구도는 고민과 번뇌를 거쳐 희망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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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겨울꽃-꿈꾸는 겁쟁이', 72.7x53cm, 2025년. 사진 이미애

이번 전시의 테마는 '다시 온 봄'이다.

이씨는 이번 전시회 작가 노트에 '다시 온 봄이 웃는다. 기분 좋게 안아줬다. 멀리 가지 못하도록 꽉 안아줬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 글귀처럼 “힘든 시기지만, 갤러리를 찾는 분께 잠시나마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홍익루트 회원으로 조형아트서울, 인천아시아아트쇼 등 다수 아트페어와 단체전 출품. 출판물 표지 게재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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