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업 성장보다 ‘엑시트’ 주력…홈플러스로 드러난 사모펀드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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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지점 상품권 창구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홈플러스 경영 실패에 대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만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MBK가 10년 전 홈플러스를 사들일 때부터 인수 가격이 비싸고 차입 비중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금액은 약 6조원(기존 차입금 승계 제외)이다. 이 가운데 45%에 달하는 2조7000억원을 은행권에서 대출받아 조달했다.

과도한 차입금은 이후 홈플러스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통산업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이자 부담까지 커지자 MBK는 알짜 자산을 연이어 팔았다. 지난 10년간 폐점한 홈플러스 점포는 14개로, 여기에는 매출 상위권에 들던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이 포함됐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보다 자본회수에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홈플러스 인수전에 6000억원가량을 투자한 국민연금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금액 6조원 가운데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인데, 여기에 국민연금이 600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미지급 이자를 합한 RCPS 규모는 1조1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국민연금이 받지 못한 투자금은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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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6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MBK가 자구 노력 없이 재매각에만 혈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홈플러스 사태는 기업 성장보다 단기적 수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실패로 기업이 휘청거리는데 대주주가 자구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라며 “MBK가 기업회생 절차로 현금창출력이 개선된 상태에서 다시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추측이 많다”고 말했다.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라도 내놓아 부실경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MBK 측은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와 거래처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사모펀드 인수합병에서 지분 투자금과 차입금의 비율은 5대5, 6대4 정도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해명했다.

대형마트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이고, 고용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는 과거에도 철강 구조물 기업 영화엔지니어링을 인수했다가 회생절차를 밟았던 적이 있다. 2009년 1000억원에 이 회사를 인수했으나, 이후 실적 악화로 2016년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이듬해 인수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조기 매각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의 경영권 인수 시도가 늘고 있으나 부실기업 정상화 또는 효율성 제고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는 그다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며 “산업의 고유한 특성과 환경을 이해 못 하고 단순히 재무적 목적으로 접근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홈플러스 사태가 MBK·영풍의 고려아연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MBK는 고려아연 인수를 위해 ‘쩐의 전쟁’을 벌였지만, 산업 이해도나 기업 경영 능력은 부족하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MBK가 시장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하게 되면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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