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커지는 미국발 경기 침체 신호, 국제유가 추락 불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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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정책 후폭풍
국제유가가 장중 3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68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원유 재고가 급증하면서다.
유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74달러(2.4%) 하락한 배럴당 6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나흘 연속 하락하며 약 6개월 만에 처음으로 60달러대로 떨어졌다.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68.33달러까지 밀렸다. 2021년 12월 10일(68.87달러) 이후 3년3개월여 만에 가장 낮았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배럴당 66.31달러로 전날보다 2.9% 하락했다.

김지윤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기름값 급락에 불을 댕겼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각국의 경제 활동이 둔화하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관세맨’ 트럼프의 행보가 미국 경제를 짓누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유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미국 원유 재고도 급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주간 원유 재고(4억3378만 배럴)는 일주일 전보다 361만 배럴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다.
트럼프발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는 5일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도 담겼다. Fed는 베이지북에서 “석유화학 제품부터 사무용 장비까지 제조업체들은 무역 정책 변화에 우려를 드러냈다”며 “관세로 인해 (제품)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베이지북엔 ‘관세’ 단어가 48회, ‘불확실성’이란 표현이 47회 등장했다.
경제 활동이 둔화하거나 정체된 지역도 늘었다. 베이지북은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지역 가운데 4개 지역에서 경제 활동이 완만한 성장을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6개 지역에서는 경제 활동이 정체됐고, 2개 지역에선 위축됐다. 12개 모든 지역의 경제 활동이 약간 또는 완만하게 증가했다고 평가한 지난 1월 보고서와 비교하면 두 달 만에 현장 경기가 악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 활동의 둔화 조짐은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미국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가 발표한 미국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 부분 비농업 신규 고용은 7만7000건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18만6000건 늘어난 지난 1월은 물론 시장 예상치(14만1000건)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최근 월가에선 부진한 경제지표를 근거로 미국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의 경기 분석 모델에서 4일(현지시간) 기준 경기 침체 확률은 31%였다. 지난해 11월(17%)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JP모건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조글루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의 경제 활동 지표가 약화한 상황에서 (캐나다 등에) 관세가 발효되면서 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IB들은 잇따라 유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올 2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기존 대비 5달러 낮은 배럴당 70달러로 내렸다. 씨티그룹은 브렌트유가 6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CIBC프라이빗웰스그룹의 에너지 트레이더인 레베카 바빈은 “현재 시장은 (원유) 수요 우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WTI의 하단 지지선은 기존 65달러에서 60달러로 낮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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