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트럭운전하다 꽝, 눈떠보니 구급차”…포천 마을 오폭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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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훈련 중이던 공군 전투기의 오폭으로 경기도 포천의 민가가 부서져 있다. [뉴시스]

6일 오전 ‘군 전투기 폭탄 오폭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후 3시쯤 찾은 마을에는 놀란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5시간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곳곳에 경찰과 소방 인력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했다.

“고막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지진이 난 줄 알고 뛰쳐나왔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살상 반경이 축구장 크기’라는 포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민들이 당시 찍어둔 현장 사진을 통해 사고 지점 인근에서 검은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폐허가 된 공터 위에 건물이 절반 가까이 부서진 채 서 있는 모습이나 훼손된 차량이 나뒹구는 모습도 포착됐다. 사고로 인해 성당 1개 동과 주택 5개 동, 창고 1개 동, 비닐하우스 1개 동, 포터 차량 1대 등이 파손됐다. 한 주택은 기와지붕이 폭삭 내려앉았다. 건물 바닥에 벽돌과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나무들은 처참하게 찢어진 모습이었다.

“노곡리 주민, 누구나 굉음 들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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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충격으로 깨진 상점 유리창. [뉴스1]

노곡리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포탄을 직접 맞은 이들뿐 아니라 굉음과 충격파를 직접 겪은 주민들은 온종일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사고 발생 지점 인근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안영식(60)씨는 “출근길에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공장에 가 보니 곳곳이 파손돼 있었다”며 “포탄 파편이 공장 안까지 들어와 있어 엉망이 됐다. 복구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지점 인근에서 짜장면집을 운영하는 이윤복(64)씨도 “건물 내부가 무너져 거의 죽을 뻔했다.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토할 것 같다”며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이날 노곡리 노인회관은 굉음에 놀란 노인들로 가득 찼다. 주민들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 줄 알았다”고들 했다. 청심환을 먹으며 놀란 가슴을 달래는 이도 있었다. 노곡리 노인회 총무인 김종문(66) 홀리씨드버스킹교회 목사는 “노곡리 주민이면 누구나 그 굉음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며 “깜짝 놀란 노인들이 노인회관에 20명 넘게 모였다. 평소엔 5명도 모일까 말까인데, 다들 많이 놀란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는 폭격이 또 이어질까 두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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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번 사고로 중상 2명, 경상 13명 등 15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 환자는 없으나 다들 심각한 마음의 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천우리병원에 왼쪽 어깨 파열로 내원한 30대 미얀마 국적 남성은 병원 관계자들에게 “무서워요 형님, 무서워요 형님”이라고 말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다. 해당 남성은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짓던 중 ‘꽝’하는 소리에 기절했다가 깨어 보니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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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화물차를 타고 가다 중상을 입은 A씨(60)는 다행히 응급수술을 받고 위급한 상황을 넘겼다. 의정부성모병원 관계자는 “화물차에 타고 있다가 전방 약 10m 도로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목에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었던 A씨는 소방서 구급차 편으로 병원에 도착한 직후 파편 제거 수술을 받고 현재 중환자실로 옮겨진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차를 운전하던 중 ‘꽝’ 소리를 들은 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깨어 보니 구급차에 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농사 짓던 30대 미얀마 남성 기절
이 차에 함께 타고 있던 B씨(66)도 어깨 개방성 골절 등 중상을 입어 국군병원까지 헬기로 이송됐으며, C씨(64)는 얼굴을 다쳤다.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TV(CCTV)에는 도로를 지나던 이 화물차 전방 약 10m에 폭탄이 떨어져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잔해가 흩어지는 아찔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때문에 화물차에 타고 있던 A씨와 B씨의 부상 정도가 현장에 있던 다른 피해자보다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사고로 피해를 보신 주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포천시는 정부와 함께 신속하게 사고 수습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백 시장은 더는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포천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이 시간 이후로 군사훈련은 전면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즉각적으로 피해자 치료 지원 및 이동면 노곡리 일대에 대한 전면적인 피해 보상에 나설 것도 요구했다.

☞공대지 폭탄 MK-82(마크 82)=500파운드(227㎏)급 범용 폭탄이다. 통상 87~88㎏ 트리토날 폭약이 충전돼 있다. 건물, 시설, 교량 파괴 등에 주로 사용된다. 유도 기능이 없어 ‘멍텅구리 폭탄’으로도 불린다.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되는 폭탄은 통상 입력된 좌표에 맞춰 조종사가 버튼을 눌러 투하하거나, 지상에서 요원이 통제하기도 한다. MK-82 투하 시 한 발당 직경 8m, 깊이 2.4m의 폭파구를 만든다. 폭탄 1개의 살상 반경은 축구장(7140㎡) 1개 정도 크기다. 1990년대 걸프전에서 미군이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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