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연금계좌 분노? 미당족 착각 “세금 아끼려 수익 버릴거냐” [연금술사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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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랩 & 미래에셋증권 공동기획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장수하는 시대가 되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실제 은퇴하는 나이는 63세가 채 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은 만 65세부터 받을 수 있으니 적어도 수년간은 ‘연금의 크레바스(crevasse, 깊은 틈)’를 버텨야 합니다.
반면에 한국인의 눈높이는 높아졌습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은퇴 후에도 한 달에 336만원(본인과 배우자 기준)은 있어야 그럭저럭 살 것 같다고 합니다. 매달 이 정도로 쓰려면 부동산(집)을 빼고 금융자산만 10억원은 있어야 합니다. 당장 내 집 마련, 사교육비, 부모 부양비 등 들어갈 곳이 천지인데 ‘돈 모으기’가 가능할까 싶습니다.
이에 중앙일보 머니랩은 연금 적립금 증권업계 1위(약 42조원)인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손안의 연금 가이드북’을 제공합니다. 당장 목돈 마련이 급해 연금 가입을 미루는 2030세대부터 돈을 빼서 써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5060세대까지 모두의 ‘노후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도록 총 12회에 걸쳐 ▶내 상황에 맞게 따라 할 수 있는 연금 투자법 ▶최신 연금 트렌드 ▶미국 주식 등 해외 자산 배분 전략도 담았습니다. 잘 읽고 실천한다면 지금의 작은 투자가 훗날 당신에게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매년 16.5% 수익이 난다고? 당신이 당장 연금 시작할 이유 [연금술사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0624
건보료 폭탄? 뭘 몰라 하는 말… 상위 10% 꽂힌 연금펀드 전략 [연금술사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4440
‘투자 MBTI’만 알려주면 돼, 알고리즘이 픽한 개인연금 [연금술사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7410
55세에 4억 쥐는데 안 해요? 13월의 월급, 여기 투자해라 [연금술사④]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238
2% 수익률 7%로 바뀐다…열렸다, 환승 연금의 문 [연금술사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3427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
이게 딱 요즘 절세 계좌 투자자의 심정이다.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만들어 투자할 때 받던 세제 혜택이 갑자기 줄어들어서다. 대상은 ‘국내에 상장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다. 지난해까진 해외 ETF의 배당금을 우선 전부 받은 뒤 나중에 세금을 냈다. 해외 투자 소득 중에 외국 정부가 떼는 세금(외국납부세액)을 국세청이 미리 환급해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그 절차가 사라졌다. 이제는 해외에서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한 뒤 남은 금액만 배당금으로 들어온다.
그 결과 세금 납부를 미루고(과세 이연) 이를 재투자해 돈을 불려가던 전략이 불가능해졌다. 외국과 한국에 동시에 세금을 내야 하니 세금 부담 자체도 커졌다. 퇴직 후 제2의 월급을 만들려던 투자자 입장에선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당장 미국 배당형 ETF에선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른바 ‘미당족(미국 배당족)’들이 연이어 매도 버튼을 누른 탓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관련 소식이 전해진 2월 4일부터 24일까지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1112억원)와 ‘SOL 미국배당다우존스’(-292억원), ‘ACE 미국배당다우존스’(-150억원),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31억원)에서 총 158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들 ETF는 모두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인 ‘한국판 슈드(SCHD)’로, 10년 이상 배당금을 늘려온 미국 우량기업 100곳에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슈드(SCHD)’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Schwab U.S. Dividend Equity)’의 줄임말(티커)이다. 이 상품은 ‘다우존스미국배당100’ 지수를 추종하는 배당성장 상장지수펀드(ETF)로, 10년 이상 배당금을 지급한 기업 중 배당성장률·배당수익률·현금흐름·부채비율·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100개 기업에 투자한다. 이 ETF의 한국판 버전이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등 네 쌍둥이 ETF다.
주식 커뮤니티에선 “연금계좌에서 미국 배당주 ETF를 팔고 국내 배당 ETF로 갈아타야 한다” “연금계좌도 해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이 쏟아진다.
정말 그럴까. 요즘 같은 시기엔 절세 계좌를 어떻게 굴려야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을까. 머니랩이 연금·노후 설계의 대표 전문가인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연금술사’ 6회에선 해외 펀드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확 줄어든 상황에서 절세 계좌로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하나하나 짚어봤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가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미래에셋증권
절세 계좌, 과세이연·低세율 사라진다
- 연금저축 등 절세 계좌가 가진 세금 혜택이 줄어 논란이다.
- 국세청이 선환급 제도를 없애면서 달라지는 게 뭘까. 우선 연금계좌가 가진 고유의 혜택을 들여다봐야 한다. 첫 번째는 저축금액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다. 연 소득 5500만원이 넘는 직장인은 저축액의 최고 13.2%, 그보다 적으면 16.5%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연금계좌 투자 과정에서 운용수익이 발생하는데, 이를 찾아 쓰는 시점까지 과세하지 않는(과세이연) 혜택이다. 세 번째는 손익 통산이다. 한 계좌 내에서 주식과 채권 등을 사고팔다 보면 이익도, 손해도 발생한다. 이를 합산해 수익이 났을 때만 과세하는 거다. 네 번째는 연금 수령 단계에서 일시금 대신 연금으로 받으면 3.3~5.5%의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혜택이다.
이 중 사라진 혜택이 뭔지 따져보면 과세이연 하나다. 과거와 달리 해외에서 발생한 배당과 이자에 대한 외국납부세액을 국세청이 선환급해 주지 않고 세금을 떼어버렸기 때문에 과세이연 혜택이 없어진 거다. 그 외 세액공제는 유효하고 손익 통산도 여전히 남아 있다.

차준홍 기자
- 이중과세 문제도 있다.
- 그렇다. 이미 해외에서 세금을 뗐는데,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을 때 세금을 또 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상 이중과세는 못 하게 돼 있다. 기획재정부도 ISA에 대해선 시행령을 고쳐 그 부분을 수정할 거다. 연금계좌는 법 개정이 필요해 시간은 다소 걸릴 수 있다. 이중과세는 당장은 논란이지만, 결국 해소될 이슈인 거다. 정리하면 과세이연 혜택만 줄어드는 셈이다.
이중과세, ISA부터 바로잡는다
해외 펀드 배당 문제를 두고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해법을 내놨다. 우선 ISA에 대해선 외국에 낸 세금을 따로 집계했다가 만기 때 최종 부과되는 세금에서 빼서 이중과세가 되지 않게 했다. 국내에서 세금을 내는 시점에 외국에 낸 세금만큼 공제해 주겠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사후 정산’ 방식을 오는 7월 시행한다.
외국에서 낸 세금을 계산할 때는 일괄 14%의 세율을 적용한다. 요약하면, 종전에는 ISA 만기 시 투자상품 손익을 통산해 비과세 한도(일반형 200만원) 초과분에 대해 9.9%의 세금을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ISA 만기 때 내야 하는 세금에서 외국에 원천징수된 세금 일부를 되돌려받는다. 예를 들어 ISA계좌를 통해 500만원의 배당이익을 얻은 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해외 ETF 투자로 얻은 배당이익이 300만원이면, 이에 대해 14% 세율로 납부한 42만원이 ‘크레딧’으로 쌓인다. 이 투자자가 얻은 배당이익 500만원에서 ISA 공제분 200만원을 뺀 300만원에 대해 내야 하는 세금은 종전엔 29만7000원(9.9%)이다. 하지만 앞으론 그간 쌓은 42만원을 공제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ISA와 마찬가지로 이중과세 논란이 있는 연금저축계좌와 IRP에 대해서도 정부가 세금 일부를 사후 공제하는 방식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해외 ETF에 투자한 절세 계좌 가입자 모두가 타격을 받나.
- 그렇지 않다. 해외 ETF 투자로 소득이 생겼다고 전부 해외에서 원천징수하는 건 아니다.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팔아 생기는 매매차익은 원천징수하지 않는다. 요즘 커버드콜(주식을 보유하면서 그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인 ‘콜옵션’을 매도해 수익을 내는 방식) ETF가 유행하는데, 옵션 매도를 통해 얻은 프리미엄도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해외 주식에 대한 배당, 해외 채권에 대한 이자는 원천징수한다. 즉 주된 소득원이 매매차익이면 영향을 덜 받지만, 배당주에 투자했다면 영향이 있다. 예전엔 배당 수익이 100만원이면 세금으로 15만원(15%)을 가져가도 국세청이 14만원(14%)을 넣어줘 99만원이 계좌에 들어왔다. 이젠 15%를 뗀 85만원이 들어온다. 100만원 중 85만원만 재투자해 굴러가는 거다.
- 절세 계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건 분명해 보인다.
- 투자자 입장에선 혜택을 줬다가 뺏은 거니 화날 만하다. 그럼 ‘이것 때문에 연금계좌 투자를 안 할 거냐’고 생각하면 다른 데서 투자했을 때 더 나은 혜택이 있는 상품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연금저축이나 ISA만큼 해외 ETF에 투자할 때 혜택을 주는 상품이 있는지 찾아보면, 대체할 만한 게 없다.

김주원 기자
국내 배당·해외 커버드콜 ETF 갈아타기?
- 그럼 미국 배당 ETF를 계속 들고 가야 하나. 세금 혜택이 유지되는 국내 배당 ETF로 갈아타야 할까.
- 단순히 세금 때문에 해외 배당 ETF를 파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100원 벌고 세금으로 10원 내는 A상품과 200원 벌고 20원 내는 B상품이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세금을 더 내도 세후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예로 들어보자.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배당다우존스 지수는 연평균 7.46% 올랐고, 배당률은 3.79% 수준이다. 자본차익이 배당으로 얻은 수익보다 컸던 셈이다. 세금을 아끼려고 팔았다면 자본차익을 못 먹을 수 있는 거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국내 배당 ETF 투자도 좋은 전략이다. 만약 갈아타는 이유가 ‘미국 증시는 많이 올랐는데, 한국 시장은 저평가돼 있고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지원도 해주니 수익이 나겠다’는 판단에서라면 좋다. 하지만 오직 세금 때문이라면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투자 대상을 바꿨다가 배당수익만 얻고 주가가 내려가면 어떡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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