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당정, 의대정원 원상복구 수용..."의대생 3월 복귀가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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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6일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2024학년도 수준(3058명)으로 되돌리자는 여당의 제안을 수용키로 했다. 7일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들의 이달 복귀를 전제로 2026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당정 협의를 가진 뒤 브리핑을 열고 “전국의과대학학장협의회가 교육부 장관에게 건의문을 제출했는데, 의대생들이 학교에 복귀하고 2026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2024년도와 같은 3058명으로 조정하되, 2027년도부터는 다시 정하자는 내용”이라며 “국민의힘은 의대 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건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내년 의대 증원분은 0명으로 동결하되, 내후년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결정하자는 제안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료인력 수급 등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리는 건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 정책을 중단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의대 교육 중단이 3학기 연속 이어지면 향후 심각한 의료공백이 발생할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 제안 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비공개 4자 회담을 갖고 여당의 제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뒤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의대생들이 3월 말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모집 인원은 다시 2000명 증원분이 반영된 5058명으로 하고, 학사 관리 원칙도 엄격히 적용키로 했다.
이날 4자 회의에서 대통령실 입장을 대변하는 장 수석과 최 대행 및 이 부총리가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며 충돌을 빚기도 했다. 장 수석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으니, 조금 더 숙고한 뒤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복귀하면 그때 결정을 내리자”고 제안했지만, 최 대행이 “의대생 복귀가 시급하고, 주무 장관인 이 부총리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의대생 복귀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대승적 양보를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1월 김택우 의협 회장과 비공개 만남을 갖고 의대생 복귀 협상에 본격 나섰다. 의대 총ㆍ학장, 의협 등 의료계와도 물밑 협상을 지속해왔다.
4자 회의에서 이 부총리는 “의대 교육을 빨리 정상화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5~6년 이상 갈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장 수석은 내년 의대 증원을 동결하면, 내후년 추계 때도 다시 정원을 늘리기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조규홍 장관도 현재 국회가 추계위 관련 법안 논의 중인 상황에서 내년 증원 인원을 동결할 경우 정부가 정원 추계와 관련한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란 우려를 표했지만, 최 대행이 재차 이 부총리의 손을 들어주며 논의는 마무리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탄핵 뒤 대통령실은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완전히 패싱 당했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서울구치소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만나 “대통령실이 국정 중심”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달랐다는 말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비공개 회의를 한 뒤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교육부는 7일 의대 교육 정상화 계획과 함께 '대학 자율을 존중해 의대 모집인원을 조정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의학계는 환영 분위기다. 한 지역 의대 학장은 “학생 복귀에 최선을 다해보겠다”며 “학장에겐 학생을 포기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대 학장은 “전공의들은 이미 취업하고 각자 살 길을 찾았지만, 아직 의사 면허가 없는 학생들은 공백이 더 커지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라며 “교수 전원이 학생들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대생ㆍ전공의들이 정부의 '동결 선언'으로 돌아올 지는 미지수다. 이들 단체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이날 한 의대생(본과 1학년)은 “돌아올 명분이 생겼지만, 대정부 요구안에 대한 설명이 없어 복귀가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의대에 입학한 한 25학번 신입생은 “이제는 돌아갈 때라고 생각하지만, 학교 선배들이 '필수의료패키지를 못 막으면 정원 원점(3058명)도 소용없다'고 했다. 선배 눈치를 보느라 학교에 갈 수 없을 거 같다”고 털어놨다. 이날 의사ㆍ의대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동결을 얻어냈으니 더 누워있어도 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협상 키를 쥔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의협은 여전히 ‘24·25학번 의대 교육 마스터플랜’을 정부와 대화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우리는 24·25학번이 모여 7500명이 함께 교육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부터 달라고 1월부터 요구해왔지만, 교육부는 아직 답도 안 주고 있다”며 “교육 대책을 보고 학생들이 ‘이 정도면 들어가서 수업 들을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의협도 그때 움직일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정원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 ‘빅5’병원의 사직 전공의는 “이미 1년을 버렸기 때문에 정원 동결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강경한 이들이 많다. 정부가 혼자 정원을 동결한다고 전공의 개개인이 복귀를 선택하진 않을 분위기”라며 “의협처럼 대표성 있는 단체가 정부와 합의를 해야 복귀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협 내부에서는 “이제는 정부와 협상할 때”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협상을 거부하면 국민 여론이 악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의 무대응 방침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불만이 매우 많다”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은 의대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한 제안인만큼, 의대 증원 정책을 포기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부와 여당이 내년도 의대 정원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다고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강변하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증원 규모’는 무엇이고, 그렇게 강변하던 과학적 근거는 어디로 갔는지 답하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환자단체연합 모임인 연대회의는 이날 낸 공동성명에서 "국민의힘은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에 정책 후퇴를 압박했다"며 여당을 향해 "의대 증원 후퇴 요구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이는 의료공백과 의사 부족 해소를 기대하며 1년간 고통받고 인내한 국민과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당정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대 증원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원칙을 깨고 전공의와 의대생의 집단행동에 또다시 굴복한다면 의료 개혁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국민과 환자가 지난 1년간 믿고 버틴 게 허무해졌다.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꿀거면 왜 환자들이 지난 시간 고통받아야 했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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