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리아 패싱’ 中 왕이 기자회견 “美 압박하면 단호히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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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 메이디야호텔에서 열린 양회기자회견 중 미소를 띄고 있다. AFP
7일 왕이(王毅·72) 중국 외교부장이 “압박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라며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중·러 관계는 지정학 게임의 변수가 아니라며 미국과 러시아의 밀착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베이징 메이디야 호텔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교장관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를 제외한 총 23개 질문에 답변하며 올해 중국 외교의 중점 방향을 밝혔다. 왕 부장의 전인대 기자회견은 지난 2014년 이후 총 11번째다.
왕 부장은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에 압박에는 맞서겠지만,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권외교를 중국이 전략적 기회로 삼겠느냐는 질문에는 부정하지 않았다.
왕 부장은 “상호존중은 나라와 나라의 사귐에 기본 준칙”이라며 “어떤 나라도 한편으로 중국을 압박 억제하면서 한편으로 중국과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환상을 가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이런 ‘이중인격’ 수법은 양자 관계의 안정에 불리할 뿐만 아니라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미 무역관계는 상호적이고 대등하다”며 “만일 협력을 선택하면 상호공영을 실현하겠지만, 압박을 선택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베이징 메이디야호텔에서 열린 양회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친구는 영원하고, 이익은 함께해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정책에 “서방에 ‘영원한 친구는 없고, 영원한 이익만 있다’는 말이 있다면 중국에는 ‘친구는 영원해야 하고, 이익은 함께 더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라며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유일하게 거주할 수 있는 별을 함께 잘 보호하는 것은 중화문명의 ‘천하는 모두의 것(天下爲公)’이라는 우수한 전통과 중국공산당원의 국제주의 정서를 드러낸 것”이라며 중화사상과 국제공산주의 계보를 현재 중국 당국이 계승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의 러시아 흔들기도 반박했다. 왕 부장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외교에 이어 “최근 러시아와 미국의 대화가 중·러 전략 협력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러시아 타스 기자의 질문에 가장 먼저 답변했다. 왕 부장은 “성숙하고 견고하며 안정적인 중·러 관계는 일시적인 일로 변하지 않으며 제삼자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라며 “이는 불안한 세계의 상수이지 지정학 게임의 변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日, 평화헌법 준수해야” 트럼프 견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포위에 앞서 일본과 인도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왕 부장은 중일관계와 관련해 “양국관계는 개선되고 발전하는 긍정적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의 우려 사항(수산물 수입 재개)에 대해 중국은 책임 있는 태도로 법과 규정에 따라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를 향해서는 “중국과 인도는 최대 이웃이자 상호 성취하는 동반자로 ‘용과 코끼리의 춤’이 양국의 유일하고 정확한 선택”이라면서 “국경문제로 양국관계를 정의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인 갈등이 양국 관계의 대세에 영향을 끼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에 맞춰 일본에 역사와 대만 문제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왕 부장은 “군국주의의 부활을 방지하는 것은 일본이 항상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의무”라며 “양심과 신뢰의 검증 앞에서 일본은 평화헌법 정신을 준수하고 평화 발전의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 동맹의 형평성 언급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왕 부장은 또 “일본이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대만독립’ 세력과 은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대만의 문제가 일본의 문제라고 선동하기보다 대만을 빌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일본이 문제를 찾아 일으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왕이 부장이 북핵과 북·러 밀착, 북·미 접촉 가능성은 물론 최근 한국의 복잡한 국내 정세를 고려할 때 미국에 앞서 언급하지 않는 것이 말을 보태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달 말 일본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외교당국은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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