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000억 달러 약발 끝? 트럼프 ‘반도체 도둑질론’또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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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둑 잡기’ 공세가 한국을 재차 겨냥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잃었고, 대만이 그걸 훔쳐 갔다”며 “(반도체 사업은) 거의 전적으로 대만에 있다. 약간(little bit)은 한국에 있지만 대부분 대만에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반도체 산업을 도둑맞았다’며 한국을 언급한 건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지난달 13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을 거론할 당시에도 그는 “(반도체 칩 생산을) 한국도 약간 하지만 대부분이 대만산(産)”이라며 “대만이 미국에서 반도체 산업을 빼앗았다”고 주장했었다. 대미 반도체 투자를 하는 기업에 일정 비율의 보조금을 주는 내용의 반도체법 폐기 추진 의지도 거듭 밝혔다. “수천억 달러가 드는 돈 낭비”라면서다.
이번 발언의 시점이 묘하다. 지난 3일 TSMC가 1000억 달러(약 146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나왔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된 요구는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더 많은 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TSMC에는 발표한 투자 계획을 축소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있고, 동시에 한국에도 추가 투자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이번 발언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반복적으로 언급할 만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는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7.1%로 1위였고, 삼성전자(8.2%)는 큰 차이 나는 2위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 타깃을 TSMC로 잡되, 한국도 함께 언급해 한국 기업들에 향후 대미 반도체 투자 확대를 요구할 명분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미국에서 운영 중이거나 투자 계획을 발표한 팹이 6개로 늘어남에 따라, 삼성전자와 미국 내 수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6일 대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미 1000억달러 투자 배경으로 “미국 고객의 수요에 비해 생산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더 노골적으로 반도체 투자를 빨아들이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생산 점유율은 더 빠른 속도로 높아질 전망이다. 6일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TSMC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의 영향으로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생산량 점유율이 2021년 11%에서 2030년 22%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같은 기간 대만은 71%에서 58%로, 한국은 12%에서 7%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1990년 37%였던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2022년 10%까지 떨어졌지만, 이 하락 추세는 올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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